[월요아침]새해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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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새해 화두

  • 승인 2005-01-17 00:00
  • 권오갑 한국과학재단이사장권오갑 한국과학재단이사장
▲ 권오갑 이사장
▲ 권오갑 이사장
최근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기기 전시회에서 우리나라의 양대 전자회사가 미국 가전협회가 수여하는 혁신상의 10%를 휩쓸었다는 반가운 뉴스가 전 매스컴을 장식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기사들이 신문 지면들을 여전히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회복기미가 불투명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벤처기업 지원, 연기금 주식투자 등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런 정책들 이외에 당장 눈앞의 실효성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염두에 둔 근원적 지원정책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가끔은 사소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곤 한다. 지난 주말 한편의 미식축구에 관한 영화를 감상한 후 ‘빈스 롬바르디’ 감독을 생각하게 되었다.

빈스 롬바르디 감독은 1960년대 만년 하위 팀인 그린베이 패커스를 이끌어 슈퍼볼 2년 연속 챔피언 등극 및 다섯 번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으켜 미식 축구사에서 불멸의 인물로 기록되었다. 롬바르디의 리더십에 관한 많은 일화 중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기초를 중요시하고 실천한 부분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미식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연습시켜서 미국 최고의 팀을 만들었고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우리가 지금 명심해야 할 것은 기초의 중요성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개인이든 국가든 기초가 튼튼해야 지속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기반은 사람이다. 특히, 눈앞의 결과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연구실 불을 밝히며 자기 자리를 지키는 과학기술자들이야말로 선진 한국의 근간이자 핵심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국가 발전을 위한 몇 가지 희망사항을 이야기 해보고자한다.


첫째, 단기간에 결실을 보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단기간에 많은 가시적인 것을 이루는 것 보다는 긴 안목에서 기반을 다지는 것이 더욱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본다. 역사가 증명하듯 위대한 한 국가의 탄생은 오랜 기간동안의 노력과 투자의 결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몇 년을 목표로 한 상용기술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먼 장래를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둘째, 일관성 있고 꾸준한 노력과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 되었을 때 효과가 큰 법이다. 최근에 대덕 과학기술자들의 오랜 숙원인 ‘대덕연구개발특구 특별법’이 통과되어 오랫동안 투자하고 공을 들여온 성과가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시도도 중요하지만 오래전부터 쏟아온 노력을 적절히 활용해 힘을 낭비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편향된 사회인식 때문에 우수한 인력들이 법관이 되고 의사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 국가의 발전은 우수한 인재들이 모든 분야에서 각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노력할 때 가능하다. 특히 사람이 전부인 우리나라가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우수 인재들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과학기술자들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세상이 올 때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 주요 두 그룹 회장 두 분의 ‘천재론’ 과 ‘CEO 육성론’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천재론’은 우수한 인재 한명이 다수의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고 ‘CEO 육성론’은 전체 조직구성원의 화합을 통하여 조직의 힘을 최대로 이끌어 내기위한 CEO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국가 대망을 위하여 ‘핵심과학기술자 육성론’이 주요 화두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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