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행정수도 건설 元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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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감]행정수도 건설 元年이 되자

  • 승인 2005-01-14 00:00
  • 유영돈 편집부장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새해 해맞이를 위해 식장산에 올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차가운 산바람을 가르며 정상에 오른 뒤 접한 2005년 첫 해는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구름마저도 시샘을 부리지 않았다. 동쪽 먼 산이 서서히 타오르더니 이내 하늘을 붉게 물들였고 천지를 환하게 밝힌 그 모습은 2000여 등산객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억지로 끌려나와 추위에 벌벌 떨며 시큰둥해하던 아들 녀석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올해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 계시해주는 하늘의 빛인 듯 했다.

지난 한해 우리 지역 충청도는 한마디로 격동의 연속이었다. 충절의 고장인 충청도민이 국가 시책을 놓고 이처럼 분기탱천, 규탄하고 궐기에 나섰던 때가 일찍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순박하다 못해 멍청하다고들 해도 그리 싫은 내색조차 않던 이들이 벌인 신행정수도 사수 투쟁은 정말 힘겹고도 눈물겨운 싸움이었다. 분노와 탄식 그리고 절망속에 뭉친 500만 충청도민의 결연한 의지가 마침내 어렵사리 하나의 성과물을 낳게 했다.

지난 10일 국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특위 소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행정수도 후속대안이 바로 그것이다. 예정지역인 공주와 연기 부지 2210만평을 올해 말부터 본격 매입하고 행정과 다기능 형태를 갖춘 복합 자족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 후속 대안이 늦어질수록 충청도민의 정신적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수도권과 지방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충청도민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우려의 시각이 여전한 듯하다. 단순히 행정기능을 포함한 다기능 복합도시는 당초 신행정수도의 취지를 크게 훼손시킨 ‘충청권 달래기’식의 정부와 정치권 담합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원안은 뒷전인 채 정부 중추기능을 배제한 몇몇 부처만 이전해 충청권 반발을 무마해 보겠다는 임시방편적 정치야합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후년에 있을 대선에서 또다시 이를 ‘미끼’로 이용하려는 충청권 기만의 ‘제2의 사기극’이라고 까지 폄하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대안을 도출하기까지 노력한 여야 의원들이 다소 섭섭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일순간에 모든 기대와 희망이 물거품 돼 물질적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경험했던 충청도민들의 아픔을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05년 새해는 밝았다. 그동안의 좌절과 실망 등 각종 상처들은 잊어버리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 결의를 다지며 서로를 격려하고 독려하자. 앞으로 넘어야할 산과 과제 등이 아직도 우리 앞엔 너무나 많다. 내달 임시국회에서 행정수도 건설 취지에 걸 맞는 최종안 결정은 물론 대국민 홍보, 수도권 기득층 세력과 보수 중앙 언론의 설득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권에서 최근 벌어지는 대안 논의는 장기적인 국가 백년대계로 볼 땐 단순히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실질적인 후속 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충청도민 역시 지난해에 보여줬던 결집과 공조가 올해도 변함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 길만이 20~30년 걸리는 신행정수도 건설 대장정을 성공리에 끝낼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을유년 새해 장엄한 해돋이와 첫닭의 울음소리가 진정 행정수도 건설의 원년(元年)으로 승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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