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학 편집국 부국장 |
그렇다고 새해들어 무언가 나아지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들리는 소리는 우울한 것 뿐이다.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보다는 이러다 모든 것이 주저앉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 뿐이다.
잘사는 사람은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사는 것이 2005년 한국의 현주소일진대 무엇 기대할 것이 무에 그리 많겠는가. 나라에서는 잘사는 사람들 한테 지갑을 풀라고 애걸복걸 하소연이지만 들은 척도 않고 귀족클럽이니 VIP 마케팅이니 하는 것은 그들만의 잔치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딴나라 얘기가 된지 오래다.
대통령이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문제는 양극화라고 하면서 동반성장에 경제중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기업은 물론이고 산업간, 고용, 소득에서 양극화가 철저히 진행되고 있으니 이같은 노력이 잘 먹혀들리 없다.
사회구석을 돌아봐도 답답함은 마찬가지다. 이제는 우리의 이웃이 굶어죽어도 누구하나 쳐다보질 않는다. 아니 좀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쳐다볼 여유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신용탓에 돈없으면 굶어 죽는 구조가 돼버렸다.
은행에는 저금리의 돈이 넘쳐나도 서민들에겐 단 한푼도 꿔주지 않는다. 그래도 옛날에는 돈이 없으면 이웃집에 가서 꿔쓰기도 하고 그래서 살아가는 정도 넘쳐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놈의 IMF인지 뭔지 탓에 돈없으면 굶어 죽는다는 등식이 성립됐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굶어죽는 아동들이 즐비하고 돈없어 자살하는 가정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있다고 한다. 새해벽두부터 위정자나 경제 전문가, 매스컴 모두 한목소리로 희망한국을 외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열린 전자쇼에서 1,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자동차 수출이 어떻고 등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지나친 위기는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슬슬 불어댄다. 대통령은 올해 안에 경제에 올인하고 다음정권 초기에 2만달러시대를 열겠다나 어쩌겠다나.
진작좀 이렇게 한목소리로 올인하지. 그놈에 개혁인지 뭣인지로 허구헌날 싸움박질만 하더니 이제는 이웃 중국에게 추월당하고 심지어는 동북공정인지 뭐니 하면서 고구려까지 뺏길 것 같으니 어마 뜨거라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민심이 천심이랬던가. 악화된 민심탓인지 이구동성으로 희망한국 찬가가 울려퍼지면서 새해들어 좀 변한 것도 있긴 있는 것도 같다. 대통령도 퍽이나 유연해지신 것 같고 조중동도 많이 수그러진 것 같고 정치인들도 희망한국을 찾으면서 싸우지 말자고 쇼아닌 쇼를 했다. 행정수도 문제도 대충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땅은 나라에서 매입하고 행정특별시가 됐건 행정중심도시가 됐건 자족도시를 만든다니 그냥 날아가는 줄 알았는데 조금은 다행스럽다.
희망은 절망적인 현실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말이다. 절망의 벼랑끝에서 희망가가 나오니 자랑스런 한국인의 저력이 다시 나오는 건인가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하지만 그 첫단추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득권층이 꿰어야 할 것같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을 꺼내는 일은 모든 풍요의 수혜자인 대한민국의 20%에 달렸기 때문이다. 유럽의 귀족은 나라가 전쟁에 처했을 때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귀족으로서의 모든 것을 향유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부자들은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낸다. 그것만이 미국사회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때문이다. 우리도 부자들이 나서야한다. 희망한국의 찬가를 부를 수 있는 지금도 아직 늦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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