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지난 한해를 시민들의 입장에서 돌아보면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었던 한 해였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청년 실업자가 2만명 증가해 40만명에 이르고, 꿈꾸는 것조차 비싼 듯 포기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카드빚에 내몰리고 좌절과 분노마저 사치인 듯 빠듯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농민들도 무너지는 농업기반을 지키기 위해 농사를 포기(?)한채 거리를 질주한다. 그러나 그 이면을 돌아보면 세계경제의 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로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대기업을 포함한 일부의 기업과 기업주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 또한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표현하며 경제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폐지하라 주장하고 있고 노동자들에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도 그런 기업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원과 혜택을 주며 특혜시비까지 휘말리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서민들의 생존권 요구보다도 더 큰 소리로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국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모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인 ‘신행정수도 건설’이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기득권을 지닌 일부 계층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참담한 현실에 처해 있는 것이다.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수도권의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대혼란이 일어난다”며 주민을 선동하고 뒤로 돌아서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상반된 주장을 같은 입을 통해 소리 높여 주장한다.
아테네로 가려면 지나야 하는 한 거리가 있었다. 악당 거인 푸로쿠르스테스는 밤에 길을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기 집으로 유인해 손님이 묵을 수 있는 방의 쇠 침대에 강제로 눕혔는데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작을 경우 그 몸을 침대 길이로 늘려서 죽였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클 경우에는 큰 부분을 잘라 죽였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푸로쿠르스테스의 침대에 놓여있는 형국이다. 모두가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려 하고 있다. 전체에게 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 놓은 도식에 맞추려 있는 사실조차 앞뒤가 맞지 않게 변형시키려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그 어느 것도 일반시민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앉아 서로의 생각만을 고집하고 강요하는 질곡의 나락에서 헤맬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사회는 일반인의 상식이 그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신행정수도 건설, 경제의 회생 및 지속성장, 소외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건설이란 희망의 사회는 일반시민의 상식이 사회의 보편가치가 될 때 열릴 것이다. 정치권이, 행정부처가, 경제계가, 언론계가 상식으로 이해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벽닭의 힘찬 울음소리처럼 희망의 새벽이 열리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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