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칼럼]비석 밟고 한양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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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칼럼]비석 밟고 한양천리

  • 승인 2005-01-10 00:00
  • 한동우 칼럼 <칼럼니스트>한동우 칼럼 <칼럼니스트>
벽촌에서 태어난 의지의 사나이. 홀어머니를 남겨 놓고 고향을 뜨면서 남아입지출향관(男兒立志出鄕關)을 외쳤다.

서울에 올라가 성공하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며 돌로 손가락을 내리쳐 개울가에 묻었다.
그는 성공하여 장관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었다. 겨울이면 얼 솟는 오물통에 앉아 일을 보아야 했고 장마철에는 그것을 몰래 비탈길에 쏟아 부으며 달동네 서울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금은 고급 빌라에 살고 있다.

그의 전 생애를 통하여 그가 받은 월급만으로는 턱없는 큰 저택이고 자녀들 교육비하며 억수로 든다는 선거자금을 생각하면 아무리 좋은 머리를 골백번 굴려봐도 회계를 맞추기는 힘들다. 그는 지금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며 성공한 인생으로 배를 쓰다듬는다.

글쎄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되는데 뭐 좀 더 큰 게 없을까.
또 다른 집념의 사나이. 고무신 신고 상경하여 코피로 세수하며 날밤을 샜다. 권력과 결탁하여 엄청난 재산가가 되었다.

누구도 쪽마루 단칸방에서 고급아파트 고급빌라로 올라간 내력을 설명 할 필요가 없으며 또 물을만한 사람은 거개 그렇게 되어 있으니 자연 묻는 사람도 없게 마련이다.

우리는 왜 피땀 흘려 고생하고 천신만고 끝에, 칠전팔기, 기사회생하여 도달한 성공이 이 모양인가. 한강수 맑아지고 낙동강 금강이 솟아올라 나타난 기린아가 고작 이 수준밖에 안 되는가.

그 놈의 형설(螢雪)의 공이란 무엇이길래 허구한 날 인재들의 잔머리를 굴리게 한단 말인가.
대학을 나와 일류기업에 들어가면 연간 240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3년 만에 대리가 되고 5년 있다 과장이 된다. 5년마다 과장 차장 부장이 되면 고속 승진이다. 40대 중반에 부장이 되어 연봉 1억원을 받는다. 공과금과 생활비 등으로 그동안 받은 보수의 반을 제끼면 7~8억원이 남는다. 박 터지게 성공한 그가 비로소 쾌적한 50평 아파트를 장만한다.

그런데 특권층이나 이와 결탁한 아류들은 어떻게 도섭을 했길래 세금낸 보수보다 몇 배의 소득을 올리며 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

모르는 소리, 인물이 출중하면 그만한 돈이야 굴러 들어오는 것 아닌가. 사람들은 저마다 제 밥 그릇 차고 나오는 법, 사원은 사원일 뿐이다.

서울은 역시 기회의 땅이요. 약속의 땅이다. 큰 감투를 쓰려면, 큰돈을 벌려면 그것이 안 되어도 적어도 남에게, 촌놈에게 부러움을 사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 예부터 서울은 인재를 불러 올렸다.

‘가로수 짙푸르게 늘어 선 서울(綠樹秦京都) 드높은 뭉게구름 낙수다리에 걸려있네(靑雲洛水橋)’이러니 한다하는 기업도 서울에 있어야 사람이 몰린다. 우리 같은 관존민비 사회에서 관의 눈치 안 보고 되는 사업 있는가.
큰 눈치 보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 큰 부자 되려면 서울이다. 부자 많은 동네라 피라미들은 덜 뜯긴다.

지방에 있어봐야 파리만 더 꼬인다. 자식도 눈치 빠르게 키우려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 그것도 법대라야 한다. 누가 공대 보내 다시 지방으로 내려오게 하겠는가.
서울가야 하다 못해 실력 있는 친구라도 사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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