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약사들은 감기약을 먹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감기란 게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 병인데다가 감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란 건 아직 세상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뭘까? 핵무기일까? 지난 연말 남아시아를 휩쓸어 지구를 경악케 한 지진과 해일일까? 아니면 언제 지구와 부딪칠지 모르는 우주의 무법자 소행성일까? 모두다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 무서운 것들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바이러스’라고 한다. 세계보건 기구(WHO)도 10억 명이 조류독감에 걸리고 그중 최대 700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예측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1918년 전 세계에 유행한 ‘스페인독감’으로 2500만 명이 사망했고 1957년과 1968년에 유행한 홍콩독감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바이러스는 ‘감기’만큼이나 우리와 친숙(?)한 생명체다. 감기약이 없는 것은 감기 병원균인 바이러스가 워낙 종류가 많은데다가 설사 약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금방 그 약에 내성을 가진 변종이 만들어져 벌써 그 약이 듣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지구상의 생명체 중 가장 뛰어나다는 인간을 떨게 만든 대단한 놈(?)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주위의 적과 부딪치면서 순간순간 자신을 바꾸어 환경에 맞추어 나가는 능력은 존경과 탄성조차 자아내게 만든다. 그래서 뛰어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면 이들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바이러스밖에 없을 것이라는 영화 속의 이야기에 수긍이 간다.
통계청은 금년도 업무 목표를 이용자들이 원하는 통계 개발과 통계인의 능력 업그레이드, 그리고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정하였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국장은 청장과, 과장은 국장과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통계교육원’과 ‘국가통계연구소’를 설립하며, 중복과 누락을 절반으로 줄이는 센서스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 통계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용자들은 더욱 정확하고 다양한 통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반면 조사에 응해야 하는 국민들은 제발 귀찮게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이런 양자간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힘겨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은 밀려오는 파도를 지켜보다가 적절한 때에 파도위에 몸을 올려놓는다. 그러면 파도의 흐름을 따라 가면서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파도를 잘 알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파도에 휩쓸려 실컷 물만 먹고 고생을 한다. 변화는 파도와 같다. 변화를 알면 변화를 즐길 수 있다. 변화의 파고가 우리에게 스릴 넘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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