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협상 결과에 대해서 정부는 관세화를 유예시키고 우리 쌀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협상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쌀 협상이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당장 협상결과에 따른 쌀의 수입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국회의 비준절차가 남아있으며, 농민단체는 협상결과의 인정을 거부하며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의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 한, 현시점에서 쌀 수입과 관련된 재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협상을 백지화하고 금년부터 바로 관세화를 채택하는 길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관세화의 선택여부는 금년 말에 나올 예정인 DDA협상결과를 기다렸다가 그것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결정해도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시점에서 선택해야할 최선의 대안은 무엇인가? 정부와 국회 및 농업인을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쌀 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하루 빨리 강구하는 데에 몰두하는 일이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DDA농업협상에서 개방도상국 지위를 확보하는 등,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데에 최선의 협상력을 집중해야하고, 대내적으로는 쌀 농가의 소득안정과 경쟁력제고는 물론 쌀소비를 안정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쌀농가의 소득안정정책을 보장하기 위해 ‘쌀소득보전직불제시행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쌀산업 경쟁력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대부분의 정책은 시장논리를 소홀히 여긴 생산지향적인 정책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쌀산업 문제는 상당부분 소비시장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급속히 감소하는 한, 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1990년도에 120㎏ 이었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2003년도에는 83㎏으로 감소되었다.
2000년 들어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이 연평균 3.7%씩 더욱 크게 감소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4년에 수입되는 쌀의 양은 실제 국내소비량의 15%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국내산 쌀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산 쌀의 소비촉진과 유통개선을 위한 시장지향적인 정책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주곡인 쌀은 남아도는 데, 식량자급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생산지향적 양곡정책에 편중된 결과에서 기인된다.
쌀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은 오늘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보장된 고품질의 쌀을 생산?공급하??수입쌀과의 차별화를 기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는 안전한 고품질의 우리 쌀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쌀, 소비자 중심의 쌀, 즉 소비자에게 잘 팔리는 쌀, 얼굴 있는 쌀을 생산하는 일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 쌀산업을 지키는 최우선의 길이다. 5℃의 고품질 이온쌀을 개발하여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부산의 PN라이스사와 같은 노력이 있는 한, 우리의 쌀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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