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부족하여 배가 고팠던 그 시절, 엿장수 아저씨는 시골 어린이들에게 반가운 손님이었다. 찰싹 찰싹 가위소리가 나면 그 동안 모아 두었던 폐품들을 들고 나와 엿과 바꿔 먹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엿 파는 아저씨의 모습은 1980년대를 고비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시골지역의 생활 형편이 좋아진 것도 원인이지만 고물 값이 떨어져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엿장수의 모습은 시골장터나 도시 문화행사 때에 너덜너덜 기워 입은 옷과 분칠한 얼굴에 가위를 들고 품바타령을 하며 폐품이 아닌 현금을 받고 거래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옛날의 엿장수가 폐품을 수집하고 파는 것은 자신의 생계수단으로 하였다지만, 그것이 자원의 절약과 경제적 이익에 큰 공헌을 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버려지는 각종 쓰레기의 수집, 운반 및 최종 처분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특히 버려지는 쓰레기의 특성도 플라스틱류 등 난분해성 물질이 증가하여 매립, 소각 등 최종 처분과정에서 발생되는 유독성물질이 생태계와 인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즈음같이 버려지는 것이 넘쳐흐르는 시대에 옛적의 폐품 모으던 어린이 마음과 엿장수 아저씨의 정신이 아쉽기만 하다. 대량 생산, 유통의 시대에 맞게 자원절약과 환경보전 측면에서 지혜로운 생활방식을 찾아보자.
엿장수 아저씨 시대에서 배워야 할 기본정신은 분리수거 실천이다. 엿을 팔고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작은 행동이 이제는 거시적으로 경제와 국토를 살리기 위한 시민운동으로 실천되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폐지와 고철의 수입 의존도는 각각 27% 정도로, 재활용량을 10% 늘리면 연간 2억7000만달러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폐품의 수집과 재생산, 그리고 소비가 활성화되도록 주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아주는 정성과 재활용 제품이 질적으로나 가격 측면에서 불리하다 해도 구입해주는 친환경정신이 필요하다. 또한 열악한 재정환경에서 사업을 하는 재활용산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정책도 요구된다.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면 귀중한 식량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소각이나 매립시에 2차 환경오염이 발생된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이 80% 이상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소각시에 불완전 연소에 의한 대기오염이 발생되고, 매립시에도 침출수와 악취로 파리와 모기 등 해충 발생의 원인이 된다.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식단제 실시로 배출량을 줄이고 발생된 음식물은 전용 수거용기에 분리하여 가축사료와 퇴비화 등의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 매립장에 직매립 금지제도를 실시하는 취지도 여기에 있다.
한사람이 하루에 1kg 배출하는 쓰레기의 처리 문제는 국민 모두의 협조와 참여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쓰레기 발생에 의한 처리 비용은 내가 낸 세금이고 운반이나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도 나에게 돌아온다. 쓰레기는 소중한 생명이요, 자산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자.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것이 자연을 사랑하는 기본이며 우리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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