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자연과 하나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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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자연과 하나가 되자

  • 승인 2005-01-05 00:00
  • 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
신 새벽 우렁찬 닭 울음소리와 함께 2005년(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인류는 지난 2004년 마지막 한 주일을 공포와 슬픔 속에 보내야 했다.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과 해일이라는 대재앙은 10여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인도네시아와 태국, 인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해안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관광지 개발을 위해 경쟁적으로 해안가 나무를 베어버림으로써 해일을 자연적으로 막아주지 못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다.

인간은 수십억 년에 걸친 거대한 파노라마와도 같은 기나긴 전 지구적 진화의 결실이다.
이 지구상에서 최초의 인간의 출현은 지구가 자신의 전존재를 자각하고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으로의 탄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전우주적 책임을 망각한 채, 자신의 무한한 욕망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지난 수세기 동안 자연을 단지 인간 자신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수단과 도구, 나아가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끝없이 파괴하고 착취해 왔다.

그 결과 인간은 표면적으로는 유사 이래 최대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나, 대지, 대기, 하천, 대양 등 자연생태계 그 어느 곳도 인간에 의해 파괴·오염되지 않은 곳이 없다.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분명 자연은 우리 인간의 적도 정복의 대상도 아니며, 소유물도 전리품도 아니다. 자연은 우리의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우리 자신이 건강하게 돌보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진정한 삶의 동반자이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욕망과 지배자적 오만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고 타인 그리고 자연 존재물들과 공생할 수 있는 지혜와 사랑의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혜와 사랑의 힘은 아마도 우주와 지구가 진화하면서 인간에게 준 최대의 선물일 것이다.

중국 명대의 유학자 왕양명(王陽明)은 “우리 인간은 본래 천지만물과 한몸(一體)이고 인간은 천지만물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그러하기에 인간에게는 천지만물을 내 한몸처럼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만물일체(萬物一體)의 어진 마음(仁心)’이 있는 것이다.

만물일체의 어진 마음이 있기에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반드시 깜짝 놀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 발동하고, 새와 짐승이 죽음에 직면하여 슬피 울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참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이 발동하며, 풀과 나무가 꺾이고 부러지는 것을 보게 되면 반드시 가엾게 여기는 마음(憫恤之心)이 발동한다. 그뿐만 아니라 생명이 없어 보이는 기와나 돌이 깨지는 것을 보았을 때조차도 반드시 애석하게 여기는 마음(顧惜之心)이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王陽明全集, 大學問)

그렇다. 우리 인간은 본래 자연과 하나이며 동시에 자연의 마음이라는 생명 주체이다.
그러하기에 자연 존재물들과 감응하면서 자연의 한 부분이라도 손상되면 이를 나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고 그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남아시아에서의 대재앙을 교훈삼아 욕망에 휩싸인 지배자적 오만과 광란을 멈추고 겸허하게 자신의 깊숙한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지혜와 사랑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리고 전우주적 생명 주체로서의 인간 자신의 위상을 다시금 회복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인간 자신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건강한 생명이 지속될 수 있고, 전우주적 진화의 결실이 순조롭게 맺어질 수 있다.

대망의 2005년에는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되찾아서 자연과 하나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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