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필요로 하는 나를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갈고 다듬어야 할 것인가? 나에게 자신과 가족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그리고 교육자로서 예술인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내가 한 해 동안 해야할 일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나는 묵은 해 마지막 날에 과제로 남겨두었던 모든 제목들을 하나하나 열거해가면서 참으로 오랫동안 기도를 드렸다. 금년도 공인으로서의 내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이 참 많다.
우선 당장에는 오는 5월에 이곳 대전에서 약 20여일간 열리게 되는 제23회 대한민국 전국연극제를 주관해야 하는 집행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고 두 번째는 이제부터 시작된 대전의 공연예술 활성화를 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아울러 대전 연극인들의 염원인 소극장 확보와 소극장 운동의 정착을 위해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대기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대전연극제 개최, 청소년연극제 개최, 대전연극인 재교육을 위한 연수와 일반 청소년들을 위한 여름연극학교 운영 그리고 대전연극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기금마련과 연극인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진행,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가지게 될 대전연극인 합동공연 준비 등 정말 무수한 많은 일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어찌 이 신년새해 벽두부터 기도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간밤에는 내 아무리 바쁜 한 해라고 할지언정 아내를 위한 멋진 남편이 되고 아들을 위한 자랑스런 아버지 노릇을 꼭 해내는 신년이 되겠노라고 다짐을 했건만 이 아침에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그런 약속들에 벌써부터 자신감이 없어진다.
하지만 밥만 먹고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니잖은가! 잠을 줄여가고 또 먹는 시간을 절약해서라도 남이 한가지 일을 할 때에 두 세가지 일을 하고 그러면서도 또다른 일들을 머리 속에 그려보는 그런 삶을 살지 않는 한, 올 한해 내게 주어진 모든 일들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다. ‘2005년도에는 제게 그런 25시의 삶을 정직함 속에서 살게 하소서. 그리고 무수한 변화 속에서도 돋보이는 생명력이 한 해 끝마무리가 되게 하소서!’ 문득 이런 말씀이 떠오른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능치 못할 일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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