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변태야!” 요 며칠 사이 가족이 나에게 보내는 시선은 별로 달갑지 않다. ‘그래, 내가 변태적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국어사전을 거적 거려 보았다.
변태란 국어사전적인 의미는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지거나 달라진 형태’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1주일 전 쯤의 일이었다. 늦게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여니 진순이(진도개로 암캐다)가 뛰어나오면서 꼬리를 흔들더니 급기야 발라당 누워 버리는 게 아닌가! 순간 가슴팍이 드러나면서 젖꼭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매우 당혹된 순간이었다.
집사람과 둘째가 이 광경을 보고 나를 ‘변태’나 ‘행동이상’으로 몰아붙였다. 왜 자기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이상한 행동을 나에게는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대뜸 진순이가 내 이름이 이상하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거라고, 나는 아무 죄가 없는 거라고 항변을 해 보았지만 못내 기분이 매우 찝찝하였다.
어느날 연구실로 전화가 걸려 왔다. 집사람이었다. 유성도서관이라고 했다. 밤새 걱정이 되어서 잠을 자지 못했단다. 혹시 내가 진순이에게 학대나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을 하지나 않았는지 내심 걱정이 되었나 보다.
“도서관엔 왜 갔어?”
“음-, 애완견 상식이란 책을 보았는데, 어젯밤 진순이의 행동은 주인에게 순종/복종하겠다는 의미래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공 물어오기를 시켰는데 심하게 다그쳐서 그 영향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번의 진숙이로부터의 얼차려도 심한 스트레스인데 나에게까지 그런 꾸중을 들었으니 상당히 의기소침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가급적이면 책이나 인터넷상에서 개의 행동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였고, 동?식물??함부로 다루려고 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흔들고, 내가 화를 낼 참이면 꼬리를 다리 속에 숨겼다. 개끼리의 인사는 서로 코를 대거나 엉덩이의 냄새를 확인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아무 장소에서나 용변을 보지않고 반드시 지정된 산모퉁이 자락에 실례를 하는 진순이는 확실히 똥개는 아니었다. 요즈음은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꼬리를 부러질 듯 흔들기도 하는 모습에 반하여 자주 솔로 털을 빚질을 하여 주는 배려를 한다. 태어 난지 1년이 되어 가니 인간으로 치면 벌써 15~20세의 성인에 해당하는데 내가 심하게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후회하였다.
그 후 난 매번 진순이와 나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려고 노력하였고, 진순이와는 얼굴을 대하는 것으로 의사소통이 반은 되었다. 그 결과 최근에는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일방통행을 하지 않고 쌍방통행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연구소 생활에서도 어김없이 지키려고 노력한다. 식당에서 줄을 설 때도 여유를 가지며, 식사 전후에 다른 사람과도 보조를 맞추려 노력한다. 화장실에 가서도 가장 먼 변기를 사용하며, 플러쉬도 하고, 손을 씻은 뒤 다음 사람을 위하여 수도꼭지를 씻어두는 등 이 만큼의 여유를 챙기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흔히 나쁜 의미로 ‘개 같은’ 이라고 하지만 나는 최근에 개로 말미암아 ‘배려’라는 인생의 지혜를 배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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