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UN ‘국제 소액대출의 해’를 맞아 빈곤층 없는 2005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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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UN ‘국제 소액대출의 해’를 맞아 빈곤층 없는 2005년 되길

  • 승인 2005-01-03 00:00
  • 노병일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노병일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나라 언론이나 거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구호이다. 빈곤층을 위해 그간 사용한 방법은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여 성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식의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언론이나 많은 국민들은 그동안 빈곤층에게 무관심했던 죄(?)를 씻으려는 듯, 이웃돕기에 분주해진다.

그러나 눈이 녹고 파란 새싹이 돋아난다는 봄소식과 더불어, 빈곤층 도와주기 운동은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벤트 색채가 강한 이런 방식의 도움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일할 능력이 있는 빈곤층이 자립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곤층에게 먼저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여, 이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역량을 쑥쑥 키워 주어야 한다.

빈곤층이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방법의 하나는 창업이다. 그러나 빈곤층이 기술을 익혔다고 해도 조그만 사업을 차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창업 자금의 확보라는 걸림돌이 앞에 뚝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빈곤층이 소규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배경에서 나타난 것이 소액대출(microcredit) 제도이다. 소액대출 제도란 빈곤층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활동에 종사케 해주기 위해, 빈곤층의 자활 의지를 믿고서 창업 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마침, 유엔은 금년을 국제 소액대출의 해(International Year of Microcredit)로 정하였다.

소액대출은 빈곤층이 다른 사람들의 적선에 의존하지 않고서 자기 자신의 삶을 품위 있게 개척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소액대출 기관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한 유누스 박사는 빈곤층이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한가지 조처를 찾으라고 한다면, 대출을 통해서 빈곤층을 도와주는 방안을 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소액대출 운동을 주관하는 한 미국 기관은 소액대출의 엄청난 효과를 ‘대출은 소규모지만 결과는 대규모로 나타난다’라는 구호로 설명하고 있다.

이 기관의 책임자에 의하면, 소액대출은 혁신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서 은행업의 혁명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즉, 일반은행은 중상층에게 대출해 주지만, 소액대출은행은 빈곤층에게 대출해 준다. 그리고 일반은행은 대출을 받을 때 담보를 요구하지만, 소액대출은행은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일반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는 서류작업이 많고 복잡하지만, 소액대출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는 서류작업이 복잡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에 언급한 그라민 은행의 성공 사례를 모델로 하여 2003년 초에 ‘사회연대은행’이 문을 열었다. 사회연대은행에 나타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빈곤한 가구가 약 281만 가구가 있는데, 이중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가구는 약 77만 가구이다. 그러나 사회연대은행의 지원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받은 가구는 현재까지 159 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사회연대은행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대한민국 빈곤층 자립을 위해 저축을 해주세요. 기부라는 이름으로…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빈곤층에게 ‘희망 가게’를 드리려 합니다.”

좋은 의미든 싫은 의미든, 우리나라 사람은 ‘못 먹어도 고’라고 원래 화끈하고 통이 큰 민족으로 소문나 있다. 2005년에는 소액대출을 통한 빈곤 퇴치에 화끈하게 관심을 가지고 소액대출기관을 통 크게 밀어주어 유엔을 깜짝 놀라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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