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당동벌이’의 주인공들에게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데스크시감]‘당동벌이’의 주인공들에게

  • 승인 2004-12-31 00:00
  • 박기성 교육문화부장박기성 교육문화부장
박기성     교육문화부장
박기성 교육문화부장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의 길목에 서면 너나 할 것 없이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고관대작이든, 범부든 간에 어느덧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그 숙연함의 깊이는 엇비슷할 것이다.

특히 올 한 해처럼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아 대다수의 서민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버거울 뿐 아니라 내년 역시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땐 더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정말 한해가 바뀌는 것인지 조차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올 한해는 모든 이에게 힘겹게 느껴진 한해였음이 분명하다.

최근 한 기업체 대표와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지역의 대표기업 CEO가 전망하는 내년도 실물경기에 대한 예측이 자못 궁금했다. 그러나 그 역시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어느 국가든지 5년 이상 불황이 지속되면 국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폭동이 일어나기 마련이지요. 때문에 2~3년 이내에 경기가 회복된다고 밖에 다른 전망은 저 역시 내릴 수 없어요. 저 역시 점쟁이가 아닌 이상 족집게처럼 집어 낼 수 없는 것 아닙니까.’

현재의 실물경기가 지역의 대표 기업 CEO 조차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말속에는 ‘국민이 지칠대로 지쳐 폭발 직전이나 돼야 경기부양책이라도 써서 경기를 되살릴 것 아니냐’는 묘한 뉘앙스마저 담겨있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 이하로 예측되고 있으니 하루만 지나면 새해가 밝아온다고 한들 서민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최근 교수신문이 올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뽑은 단어가 ‘당동벌이(黨同伐異)’다.
지난해 ‘우왕좌왕(右往左往)’,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에 이어 올해는 끼리끼리 무리 지어 다른 무리들을 공격하는데 허송세월을 보내는 행태를 비꼰 말이 서민들에겐 생소하기 짝이 없는 ‘당동벌이’인 것이다. 이 단어를 뽑은 이면에는 암울한 경제상황까지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2005년이다. ‘당동벌이’의 주인공들에게 부탁 한마디만 하자. 2004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떼지어 다니며 다른 무리들을 고사(枯死) 시킬 술수나 찾지 말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일찍 집에 들어가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는지. 가만히 누워 귀를 쫑긋 세우고 있노라면 삶에 지친 서민들의 아우성이 우렁우렁 들려올 것이고 그때 쯤이면 ‘당동벌이’의 주인공들이 왜 옛날옛적 코미디 보다도 더 저질스럽게 패러디돼 가는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도 새해 아침이면 서민의 희망을 담으려는 양심의 소리를 잠시나마 가슴에 담고 한해를 시작하지 않겠는가.

모쪼록 2005년 새해에는 삶에 지친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치에 희망을 담자. 내년 세밑에는 ‘당동벌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아닌 따뜻하고 희망 담긴 사자성어가 그들에게 훈장처럼 주어지길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