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마에도 푸른빛의 번개가 스친다. 짧게, 짧게 이어지는 마른 긴장을 삼키며 촛불의 불꽃 속으로 다가선다. 촛불이 일렁이면 내 가슴도 따라 흔들린다. 내 가슴이 움직이면 촛불의 꽃봉오리도 꽃잎을 떤다. 한 마리 나방이 그 불꽃에 갈증을 적시듯 나도 불의 꽃봉오리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오, 어둠과 싸우는 초긴장의 불길! 촛불은 강한 심지를 타고 오르는 수직 상승의 욕망을 껴안고 휘청댄다. 안과 밖으로 향하는 두 개의 불꽃이 부딪쳐 절묘하게 아우러지며 하나의 화염(火焰)을 말아 올린다. 불꽃 안으로도 가파른 계곡은 뻗어 있어 폭포처럼 빨려든다. 이윽고 안쪽의 붉은 불꽃이 밖으로 나아갈수록 희고 여린 빛으로 변하여 하나의 탐스런 봉오리를 피워 올린다. 백목련의 부풀어오른 꽃방.
촛불은 상승과 하강의 힘이 하나로 모이는 갈등과 긴장으로 일어선다. 그것이 우리의 아침이다. 일탈과 억제의 엇갈림이 서로를 살리며 새로운 빛으로 승화되는 지점에서 불꽃은 어둠을 삼킨다. 이렇듯 우리의 한낮은 성장의 시간으로 뻗친다. 하루하루 촛불의 숨결을 타고 새롭게 열리고 닫혀온 일년. 우리들 가슴에 꺼지지 않게 밝혀온 불꽃 아니던가. 그렇게 이어온 삼백 육십 오일 아니던가!
이제 제야의 촛불이 마지막 절정으로 곤두 박히기 전에 그 불꽃을 꺾어야 하리. 그리고 또 하나의 촛불을 새로이 밝혀야 하리. 서서히 새로운 태양을 밀고 올라오는 동녘을 향하여 창문을 활짝 열고 넉넉한 마음으로 해를 받아야 하리. 이제는 다시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 아니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 저 검푸른 바다 위로 차고 오르는 싱싱한 태양을 힘차게 껴안아야 하리라. 줄기차게 뻗어 가는 산맥 위로 솟아오를 태양을 안고 산줄기 타고 달려야 하리라. 태양 그 새 빛으로 한밭 벌을 밝히리. 우리 힘차게 따라 달려야 하리. 오, 그대 새로운 2005년의 벅찬 아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