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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 아래 역도산’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일본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실존인물이자 재일 한국인 레슬러 역도산의 일생을 그린 영화.
하지만 이영화에서 역도산은 신화적인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 하는 거창한 명분과는 먼 매순간 ‘너 아니면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치열한 삶을 산 인간 역도산이 그려진 것.
영화가 역도산의 39년 인생 중에서도 가장 극적 순간이라 할 수 있는 야쿠자로부터의 피격으로 자동차 안에서 피가 철철 새나오는 배를 움켜쥔 그의 만감 섞인 표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영화가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조선인이라는 낙인 때문에 스모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 스모계의 거물 칸노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사기극을 꾸미거나, ‘세계인의 스포츠’ 프로레슬링을 익히고 난 뒤, 일본 최초의 경기를 앞두고 상대방인 미국 선수에게 돈 봉투를 건넴으로써 ‘전후 일본 최고의 스타’가 되는 비열한 그의 행동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면모로 와 닿기 때문이다.
이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중요한 두 축은 역도산과 칸노회장, 역도산과 부인 아야의 관계다.
역도산과 칸노 회장, 두 남성의 팽팽한 대립은 영화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인 역도산과 부인 아야 사이의 러브스토리는 느슨하다.
천부적인 연기로 몇 안되는 진정한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설경구가 몸무게를 18kg이나 늘리며 역도산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여기에 일본의 정상급 여배우 나카타니 미키가 상대역인 부인 아야역으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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