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비록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막연하고 정당하지도 않은 두려움이나 좌절이다.
한 순례자가 흑사병(페스트)과 마주치자 따져 물었다고 한다. “너는 일전에 나한테 바그다드로 5000명을 죽이러 간다고 했는데, 어째서 3만명이나 무고한 생명을 죽였느냐?” 이때 흑사병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오. 내가 말한 대로 5000명만 죽였소. 그 나머지는 두려움에 질려서 자기네들 스스로가 죽은 것이오.”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소아마비라는 개인적 한계와 대공황, 그리고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를 일군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엄청난 시련을 불굴의 신념으로 도전해 극복해 낸 인물이다.
황우석 교수는 무수한 난치병 환자들과 가족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 모두가 포기했던 인간 줄기 세포 연구에 도전해 세계 최초로 배양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2002년 노벨화학상의 공동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는 스스로 분석한 성공의 키워드로 “나에게 실패는 다음 과제의 출발이었다”를 들고 있다. 그는 불우한 성장 환경과 좌절로 점철된 개인사 속에서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성공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우리들의 삶의 여정엔 누구에게나 건너야 할 사하라 사막이 있다. 성공은 결국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다.
베토벤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귀가 멀었을 때 최고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했으며 존 밀턴은 앞을 완전히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실락원’이라는 위대한 걸작을 쓸 수 있었고 사마천은 궁형이라는 모진 형벌 속에서 ‘사기’라는 위대한 역사서를 완성했다.
어느 시대에서나 가장 위대한 사람들은 가장 큰 고통과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시련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더 큰 가치에 도전하여 불후의 업적을 남긴 것이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는 ‘이집트는 나일 강의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해마다 겪게 되는 나일 강의 범람 때문에 태양력과 기하학, 건축술, 천문학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영국 역사가 A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의 원리’로서 설명했다.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바로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된다고 한 것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도전을 받지 않으면 이 땅에 남아 있을 수 없으며, 발전할 수도 없는 것이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나는 평소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평범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믿고 살아왔다. 도전은 꼭 거창한 일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실상 우리의 일상생활 그 자체가 어쩌면 도전의 연속일지 모른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하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 생각해 보면 지난해가 어려움만 있었던 해는 아니었다. 우리 문화가 그 완강한 장벽을 넘어 일본 열도를 흔든 한류 열풍이 있었고 우리 영화가 세계영화제를 휩쓴 쾌거가 있었으며 불가능하다던 인간 배아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가 있었다.
사실 우리 민족은 무수한 시련을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극복해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단일민족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창조해 온 저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 을유년 새해가 밝아온다. 새 해는 우리 민족의 진취적 도전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돼 국운이 찬란하게 융성하는 기회의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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