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하던 연극 덕분에 첫 교장 선생님께서는 연극배우 선생님이 왔다고 쌍수들고 환영해 주셨다. 내가 공연하는 연극에 우리 반 아이들이 구경와 주었고, 그 아이들은 무대 위의 나를 교단 위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해주었던 것 같다. 무대 위의 나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하기 싫은 것을 하라고 시키지는 않으니까.
학교 축제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치고 준비해서 무대에 올리면서 난 연출자의 역할도 해보게 되었고, 아이들은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분되고 하고 싶어 죽겠는 일인지 느꼈다.
내 교직 생활의 꽃은 5년 차 되던 해다.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서 신선한 들뜬 기분을 느꼈다. 아이들은 너무 작고 예쁘고 그야말로 ‘아가야’들이었다. ‘바로 저 눈빛이야, 까맣고 물기 촉촉한 맑은 눈빛 내가 정말 보고 싶은 눈.’‘아가야’들은 나를 날마다 괴롭히고 잠시도 쉴 수없게 만들어주었지만 그 눈빛과 표정이면 난 이 녀석들을 꽉 안아서 풍선처럼 터뜨리고 싶어졌다.
하루는 얼굴이 까맣고 명랑만화처럼 생긴 여자아이가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까만 돌을 반쯤 채워가지고 와서 나에게 내밀었다. 선물이랜다. 난 “그걸들고 서 있어봐”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바로 활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타고난 모델이 아니겠는가.
우리 반 뚱뚱이 녀석은 개그맨이다. 볼을 꼬집어 주려고 하면 두 손으로 볼을 감싸고 꼬집지 말라고 고개를 흔든다. 볼 살에 밀려서 입술은 쭉 나와있고 그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걸 매일 보는 내가 모두 부러울 것이 틀림없다.
우리 반 제일 조그만 녀석은 다섯 살 박이 꼬마 같이 작은데 나한테 아직도 반말이다. “싫어. 그건 뭐야?” “나 이거 갖고 싶어.” 등등
우리 반 애들 자랑을 실컷 한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자랑을 하고 마무리를 하자면, 방학식을 한 다음 날, 크리스마스였다. 저녁에 가족들과 맛난 것을 먹으며 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우리 반 꼬마였다.
“선생님, 선생님 보고 싶어서 빨리 개학했으면 좋겠어요.”했다.
이제 이 꼬마들이랑 헤어지고 다른 학교로 간다. 그 곳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기대에 부푼 맘으로 늘 그렇게 재미있게 살아야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