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생각하면 답답한 노릇이다. 펄펄 뛰는 기백으로 일해야 할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이력서를 들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툭하면 구조조정을 말하는 사업주 앞에서 주눅들어 있는 40·50대들의 현주소를 보면서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때로는 화살을 돌려 정부와 국회를 나무라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산업사회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꿈과 희망을 제시하지만 막상 그 문턱에 들어서면 여전히 고달픈 현실만을 보여준다.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막상 미국에 들어가면 자본의 힘에 짓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본다. 맞벌이하지 않고는 도저히 배겨낼 수 없는 곳이 미국이다. 외식 한 번 하려 해도 큰 맘 먹고 해야 한다. 그들은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움직인다. 미국에도 노동조합이 있고,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을 하면 사업주는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고 회사는 폐업해버린다. 또한 노동쟁의라는 것이 기껏 피케팅 정도이고 소음 규제 등 각종 법적 규제 장치로 인해 제대로 된 파업을 할 수 없다. 파업을 보장하면서 다른 법률로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일하면 살 수 있지만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산업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기계화와 자동화는 고용 창출 없는 성장을 가져다 준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벌써 없어진 오래다. 지금 우리 사회도 성장은 계속하면서도 오히려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업주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기계화와 자동화를 추진하고 사람들을 현장에서 쫓아내려 한다. ‘아이 로봇’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로봇이 사람들에게 이상 사회를 가져다 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정도로 인간과 거의 유사한 로봇 한 대가 생산될 때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어야 할 변화와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산업 사회의 발전에 반드시 뒤따라오게 마련인 권리 의식의 발전은 직업의 우열을 무너뜨리고 소득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게 된다. 필자가 사법시험을 볼 때는 한 해에 300명을 뽑았는데 지금은 한 해에 1000명씩 뽑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나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 해에도 몇 백명씩 생기게 되는 것이다. 법대에 들어가면 개인의 불행이요, 고시에 합격하면 가족의 불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변호사들을 위하여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헤아린다면 경제가 어렵다든지 하는 이유로 개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개혁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한 어려움이 닥쳐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지금의 어려움은 산업 사회의 발전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을 잘 꿰뚫어보고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역량을 모아내어 개혁을 이루고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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