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개혁’으로 새로운 한해를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시사에세이]‘개혁’으로 새로운 한해를

  • 승인 2004-12-28 00:00
  • 김연수 변호사김연수 변호사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어렵다는 말이다. 고용의 침체는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이는 곧바로 내수 부진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계속했다. 그럭저럭 수출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회는 정쟁만을 일삼는 모습을 보여 16대 국회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어떤 이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데 개혁을 하자는 것은 국론 분열만을 가져온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이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니 상생과 타협의 길을 찾으라고 나무라기도 한다. 이런 여론을 빙자한 야당의 반대로 국가보안법 개폐관련 법률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당장 생각하면 답답한 노릇이다. 펄펄 뛰는 기백으로 일해야 할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이력서를 들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툭하면 구조조정을 말하는 사업주 앞에서 주눅들어 있는 40·50대들의 현주소를 보면서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때로는 화살을 돌려 정부와 국회를 나무라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산업사회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꿈과 희망을 제시하지만 막상 그 문턱에 들어서면 여전히 고달픈 현실만을 보여준다.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막상 미국에 들어가면 자본의 힘에 짓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본다. 맞벌이하지 않고는 도저히 배겨낼 수 없는 곳이 미국이다. 외식 한 번 하려 해도 큰 맘 먹고 해야 한다. 그들은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움직인다. 미국에도 노동조합이 있고,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을 하면 사업주는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고 회사는 폐업해버린다. 또한 노동쟁의라는 것이 기껏 피케팅 정도이고 소음 규제 등 각종 법적 규제 장치로 인해 제대로 된 파업을 할 수 없다. 파업을 보장하면서 다른 법률로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일하면 살 수 있지만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산업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기계화와 자동화는 고용 창출 없는 성장을 가져다 준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벌써 없어진 오래다. 지금 우리 사회도 성장은 계속하면서도 오히려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업주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기계화와 자동화를 추진하고 사람들을 현장에서 쫓아내려 한다. ‘아이 로봇’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로봇이 사람들에게 이상 사회를 가져다 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정도로 인간과 거의 유사한 로봇 한 대가 생산될 때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어야 할 변화와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산업 사회의 발전에 반드시 뒤따라오게 마련인 권리 의식의 발전은 직업의 우열을 무너뜨리고 소득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게 된다. 필자가 사법시험을 볼 때는 한 해에 300명을 뽑았는데 지금은 한 해에 1000명씩 뽑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나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 해에도 몇 백명씩 생기게 되는 것이다. 법대에 들어가면 개인의 불행이요, 고시에 합격하면 가족의 불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변호사들을 위하여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헤아린다면 경제가 어렵다든지 하는 이유로 개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개혁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한 어려움이 닥쳐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지금의 어려움은 산업 사회의 발전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을 잘 꿰뚫어보고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역량을 모아내어 개혁을 이루고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