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마법의 퍼머약 ‘카락’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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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마법의 퍼머약 ‘카락’ 탄생

  • 승인 2004-12-27 00:00
  • 이동구 연구원이동구 연구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크리스마스 이브, 대전역에 나갈 일이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되는 겨울의 찬 바람 속에서 슬픈 성탄을 맞이하고 있는 많은 노숙자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IMF 이후로 계속되고 있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못 찾고 고통 중에 있음을 실감한다. 이렇듯 요즈음 우리 사회의 어렵고 각박한 현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종사하고 있는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공계 기피 현상과 더불어 책임감을 통감하게 된다. 연구소에서는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모든 국민이 편리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기술을 개발해야 함이 더욱 자명해진다.

사람의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성의 얼굴에서 머리 모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므로 웨이브가 잘 만들어져야 좋은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중요한 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 대개 여성들은 여성들은 로드에 감아 고무줄로 고정시킬 때의 불편함, 화학약품으로 인한 위해성과 냄새, 열기구 사용으로 인한 모발 손상, 그리고 오랜 퍼머시간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점들을 과학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화학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나노기술(NT)과 환경기술(ET)을 접목하여 우리 대전 지역의 한 미용인과 공동으로 극비리에 연구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퍼머(Permanent wave)란 자연 상태의 모발에 물리적, 화학적인 방법을 가하여 모발의 구조나 형태의 변화를 통하여 웨이브 상태를 형성시켜 그 웨이브를 오랫동안 지속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 연구팀은 휴가도 반납한 채, 연구에 정진하여 약 100년간 지속되어 온 기존의 퍼머방법을 가히 혁명적으로 개선한 신기술(‘마법의 퍼머약’ 및 ‘新퍼머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지난 가을 초입에 발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세계 약 15개국에서 상담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으며 미국과 일본과는 조만간 좋은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이 신기술이 적용된 퍼머약이 ‘카락(Carak)’이란 이름으로 출시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카락은 순수한 우리말인 머리카락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이 신기술이 상품화되어 시장에 나온 지 얼마 후, 우리나라 고유의 브랜드로 전 세계 헤어케어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시작하기도 전에 실로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우리가 개발한 신기술이 적용된 4단계로 이루어진 제품 구성방식과 퍼머방법이 거의 동일한 모사품이 시중에 나온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인의 양심상으로나 상도덕적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이며, 국가적으로도 해외 수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 신뢰도 저하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신기술 보호 차원에서 특허 침해나 기술 모방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세계 1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몇몇 분야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아직 세계 수준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런 격차를 좁히고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길은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과 국가적인 기술개발 지원이다. 이를 위하여 초등학교부터 체계적인 과학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라지면서 과학기술인이 우대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만 온 국민이 열망하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대덕 R&D 특구 지정’ 등 최적의 조건이 성숙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과학기술인을 비롯한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과학기술 분야에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절대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우리 앞에 저절로 다가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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