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놓고 천당 지옥 ‘오락가락’

행정수도 놓고 천당 지옥 ‘오락가락’

10. 29대책 불구 나홀로 고공행진[부동산/금융]

  • 승인 2004-12-27 00:00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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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결정후 대폭락…하향세 지속 <지역 부동산 결산>


올 한해 대전·충남지역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한해로 기록되고도 남을 듯 싶다. 행정수도 이전지 결정에 따른 호재에서 무산이라는 악재까지 불과 며칠새 지역부동산시장은 엄청난 파고에 떠밀려 갈피조차 잡기 힘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여파로 지역 부동산시장은 갖가지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4년 지역 부동산시장은 한마디로 널뛰기 장세의 대표적인 본보기의 한해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한해 지역부동산시장을 되돌아보면서 그때그때의 명암을 되짚어 본다.

2004년은 대전·충청권 부동산 시장에 있어서 잊지 못할 한해다.
지난 대선공약에서 최대의 이슈였던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 통과는 지난해에 이어 지역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아니 더 엄밀히 따지자면 지난 2003년부터 지난 10월 헌재의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위헌결정이전까지 지역 부동산시장은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온나라가 장기 불황에 허덕이며 정부에서는 고강도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고 있는 시점에서도 지역 부동산시장은 날개에 날개를 덧달아 이른바 고공행진이 뭔지 보여주기라도 하듯 여타지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10·29대책으로 기한번 펴보지 못하고 내리막 길을 걸었던 서울과 수도권지역과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행정수도 이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가까이 지역 부동산시장은 행정수도 이전으로 좌우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올 한해는 최근 2년간 지역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헷갈리는 한해이기도 했다.
그동안 대전·충청권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행정수도이전’에 관한 논란이 국회에서 여러 차례 제기되면서 이것이 호재인지 악재인지 투자자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 것이다.

국회에서 ‘행정수도이전’의 호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때 마다 지역부동산시장도 정치적 변수와 함께 그 운명을 같이한 것이다.

실제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지난 한해동안 지역부동산시장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을 연초대비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행정수도이전 확정지로 발표된 충남 연기군이 무려 42.05%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공주시(10.04%)를 포함한 충남이 연초대비 5.52%, 충북 4.81%로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전 0.98% 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률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즉, 행정수도 이전 호재가 이미 지난해 반영됐고 올해는 이전확정지만 혜택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오르긴 올랐지만 전국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지역 부동산시장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올한해 지역부동산시장을 분기별로 보면 1/4분기에는 지난해 10·29대책의 여파로 주춤하던 매수세가 연초에 되살아나기 시작하며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아파트값이 점차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인 3월을 기점으로 일순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지는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4·15 총선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강하게 지지하는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잠시 주춤하던 매수세가 2/4분기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또 한번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고, 6월에는 행정수도 후보지로 4곳이 발표되는 등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어떤 의심도 없이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지역부동산시장은 날개에 날개를 달아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오름세는 10월21일 헌재의 위헌결정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접적인 수혜지와 대전을 포함한 충북지역의 경우 지난 8월 이전후보지 확정이후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약세로 돌아섰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약세보다는 강보합세가 실질적인 시장에서의 반응이란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만 그래프상 3/4분기에는 행정수도이전의 직접적인 수혜지인 충남지역과 대전·충북지역의 아파트값이 다소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충남의 경우, 후보지로 예상하지 못했던 연기군이 후보에 오른데다 행정수도 후보지로 발표된 4곳 중 연기·공주시가 가장 유력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지역 매도자들의 기대심리가 고조돼 충남 전체 상승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실제로 8월에는 4곳의 후보지 중 연기·공주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행정수도 이전지로 확정됐다.

정치적 변수에 따라 대전·충청권 아파트값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4/4분기를 맞은 지역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태풍의 핵속으로 빨려들면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10월 21일, 지역부동산시장에서 잊지 못할 날이 돼버렸다. 날벼락도 어느 정도지 이처럼 황당한 날벼락도 드물다.

행정수도이전 위헌 판결은 지역부동산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간간히 이뤄지던 급매물 거래마저 뚝 끊기면서 지역부동산시장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2년간 고공행진을 했던 부동산값이 하룻밤새 나락의 길로 떨어지며 대폭락을 시작한 것이다.
뿐만아니다. 위헌결정은 갖가지 진기록도 양산했다. 하루의 시차를 두고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양전부터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불과 하룻밤새 전혀 반대의 양상이 전개된 것이다.

심지어 일부 건설사는 분양금을 되돌려주면서 내년에 다시 분양하겠다고 했으니 짐작이 가고도 남을 일이다.
한때 행정수도이전 확정지로 발표된 연기군의 경우 42.05%의 상승률과 함께 프리미엄이 5000만원까지 붙었으나 위헌결정이후 이제는 프리미엄은 커녕 해약사태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지역은 과잉공급으로 깡통아파트가 등장하는가하면 미분양물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엇갈린 부동산시장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한해. 지역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후속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라면 당분간 큰 변동없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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