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한해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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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한해를 보내면서

  • 승인 2004-12-27 00:00
  • 가기산  서구청장가기산 서구청장
일출을 바라보며 새해를 맞이하였던 날이 어저께인 듯 한데 벌써 올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그래서 옛 선인은 세월의 흐름을 ‘흰 말이 달려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순간’에 비유하여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 하였던가.
이제 며칠 후면 그 동안 있었던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만족했던 일, 아쉬웠던 일 등 모든 사연들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갑신년(甲申年)을 보내고, 을유년(乙酉年)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천칸의 집이라도 누울 자리는 아홉 자 뿐이고 천석꾼의 부자라도 하루 먹을 식량은 두되 뿐이거늘,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우리들의 아쉬움과 후회를 뒤로하고 해가 바뀌지만, 특히 금년 한해는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시련과 고통을 남기며 저물어가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일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청년실업자가 부지기수이고, 손님 없는 가게를 혼자 지키면서 가슴만 쓸어 내리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가 하면, 달러화의 약세와 유가상승으로 기업들의 수출이 발목을 잡히고 있어 이구동성으로 세상살이가 힘들다며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어디 그 뿐인가. 각종 흉흉한 범죄와 생활고로 인한 자살, 이라크에서의 김선일씨 피살사건,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사건 등으로 우리사회가 요동을 쳤고,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에서 해맑은 웃음으로 재롱을 부려야할 어린아이가 굶주림에 지쳐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장롱 속에 놓여지는 일들이 벌어졌다.

특히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판결은 충청인에게 크나큰 절망감을 안겨주면서 충청인의 기질은 무엇인가라고 다시 묻게 하고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잘 아는 바와 같이 ‘옛 것을 익힘으로써 그것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 과거는 항상 우리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동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지만, 금년 한해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올해와 똑같은 잘못과 아쉬움이 반복되지 않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난 일들을 거울삼아 준비하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 행여나 소중했던 것들을 잊고 지내지는 않았는지, 혹은 사소한 일에 매달려 중요한 일을 그냥 지나쳐버리지는 않았는지 올해가 다하기 전에 곰곰이 반추해보는 시간을 갖자. 그리고 이웃과 갈등이 있었다면 말끔히 씻고, 직장동료와 서먹한 점이 있었다면 시원하게 떨어버리며, 사소한 일로 말다툼한 친구가 있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사과하여 모든 갈등을 풀고 새해의 둥근 해를 가슴에 안아보자.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는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시점이 다가왔다. 이제 지난날의 모든 갈등과 반목을 저무는 해와 함께 묻어버리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희망가를 부르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게다가 충청인의 희망, 아니 우리나라 국토균형발전의 토대가 될 신행정수도건설이 반드시 이루어져서 충청인의 아픈 가슴을 달래주는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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