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를 나눈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지금쯤이면 하지 말았어야 할일과 해야 했는데 못한 일들로 인해 누구나 심란한 상념에 젖기 마련이다. 그러나 새해가 있어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용기를 얻는다.
송구(送舊)의 상념과 영신(迎新)의 희망이 해마다 교차하면서 사람들은 성숙해지고 역사는 발전한다. 그러나 올 한해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참으로 길고도 힘든 한해였을 것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공중에 걸린 외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기예를 벌이는 곡예사처럼 줄이 끊어지거나 곡예사가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한 한해였다. 국민을 보듬어 안고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권은 비생산적인 일에만 몰두한다.
국민들은 결론이 도출되는 합리적인 토론과정을 지켜본 것이 아니라 다듬어지지 않은 언어와 해서는 안될 액션을 여과없이 방송매체를 타고 듣고 보아왔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찌뿌둥한 개운치 않은 그런 기분이다.
올 초에는 대통령 탄핵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한술 더 떠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위헌결정으로 반쪽짜리 나라를 또 둘로 갈라 놓았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뉴스의 대부분은 서울의 흐린날 오후처럼 음울한 기분을 안겨준다.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서민들의 생활, 생활고를 비관하여 어린 자식을 죽이고 자살하는 부모들, 장사가 안돼 솥단지를 들고 데모하는 상인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풀죽어 지내는 젊은이들.
위와 같이 올 한해는 좋은 일보다는 감추고 싶은, 기억하기 싫은 한해였다.위로하기 보다 상처주기 바쁘고 베풀기보다는 빼앗으려는 데만 혈안이 되고 부축하기 보다 밀어뜨려 버리는 데 익숙해진 세태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젠 이 모든 것들을 한데 담아 과거속으로 던져버리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해 보자.
나뿐만 아니라 이웃을 볼수 있는 여유, 네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할 수 있는 여유, 아집과 독선의 자리를 대화와 이해가 대신하자.
자신의 주장과 의견에 강박적이고 맹목적인 오기대신 오류를 용기있게 시인할 수 있고 정과 반이 충돌하는 대신 합을 도출하는 현명함과 지혜를 모아보자. 그리고 은유의 부드러운 멋도….
2005년도에는 우리모두 흩어진 마음을 한데모아 새로운 희망을 키워야 한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오늘의 고통은 참아야 한다.
내일이란 존재가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지워진 오늘의 짐을 감당할 수 있듯이 현재의 고난이 내일의 즐거움이 되는 새해가 될 수 있도록 반목과 갈등을 접고 상생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어서 경제사정이 호전되어 우리들 주머니에 여유가 있게 되길 함께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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