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04년도는 전국적으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참으로 높았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문화관광부가 ‘지역문화의 해’로 지정하여 사업을 벌였던 2001년 이후 고조되기 시작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은 문화원 차원에서는 지역특성화 발굴을 위한 토론회로 활기를 불러 넣었다.
중앙과 대별되는 지역으로서 문화분권이 지역분권과 관련하여 주요이슈로 떠올랐으며, 우리 지역의 문화는 과연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역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갖게 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중요한 논의거리가 될 뿐 아니라 기초단위의 지자체에서 폭넓게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전도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대전광역시 문화예술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통해 ‘국제’ ‘전통’ ‘창조’ ‘복지’ ‘미래’ 라는 키워드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였다. 계획수립 이후에 진척되어야할 내용들은 거의 모두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들로 단계별로 추진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타지역에서는 문화재단 설립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문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고 실천하기 위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문화재단 설립을 이미 마치고 진행 중인 광역시도와 기초지자체가 있는가하면 설립을 준비 중인 곳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관련 기구 설립은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려는데 근간을 두고 있다. 지역문화가 곧 지역특성화 전략으로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지역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축제로 과대 포장되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문화는 곧 지역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으며, 정체성 논의는 지역민 개개인의 삶의 근원을 찾아보는 작업이기도 하기에 이 과정 자체가 소중함을 주장하고 싶다. 문화의 세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넘어서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있을수록 나의, 우리의 정체성을 문화적으로 확인하는 일이 더욱 소중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록 우리의 논의수준이 지역별로는 다르다할지라도 그 자체가 문화일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볼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문화는 흐른다’ 이다.
‘문화는 흐른다’라는 제목의 책이 작년에 번역되어 시판중이다. 지역문화에 집착해 있을 때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며 관조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시간들이지만 역사와 문화 앞에서 좀더 관대해지는 마음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길 스스로 위안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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