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칼럼]대통령이 말하시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논설위원칼럼]대통령이 말하시오

  • 승인 2004-12-22 00:00
  • 안순택 논설위원안순택 논설위원
▲ 안순택 논설위원
▲ 안순택 논설위원
앞뒤를 꽉꽉 틀어막고 제 힘자랑만하는 시절이므로, 서론이니 따질 것 없이 본론을 말하자. 말하자면, 국회가 특위를 구성했다고는 하나 만날 쌈질이니,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 후속대책을 내겠다는 건 될성부르지 않다는 것이고, 그러니 대통령이 까놓고 말하라는 것이다. 로드맵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행정수도를 원안대로 밀고 갈 건지, 아니면 대안을 만들어 갈건지, 그 정도는 밝힐 수 있지 않은가.

강동석 건교부장관이나 최병선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장이 “대안을 마련 중이며 최종결정되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믿기 어렵다. “행정수도 이전은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걱정하지 말라”는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국회법에 따라 정식으로 통과된 법도 헌재의 ‘관습헌법’ 한 마디에 뒤집히는 판에, 최고 책임자도 아닌 이들의 말이 미더울리 없다.

무엇보다 지금 사태의 첫번째 책임에서 대통령은 벗어날 수 없다.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을 가장 먼저 입에 올린 이가 누군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수도권의 집중과 비대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수도권 집중억제와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건 2002년 9월 민주당 선거대책위 출범식 때였다. 여기에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올 것”이라고 한 이는 당시 후보였던 대통령 자신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여야나 지역을 넘어 모두의 이익”(2003년 7월 신행정수도와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을 주제로한 국정회의)이라면서 “신행정수도특별법은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게될 매우 중요한 입법 사안”(국회의장 및 의원들에게 보낸 대국회 협조 서한)이라고 특별법 통과에 앞서 국회에 협조를 구한 이도 대통령이었다.

행정수도 건설이 정권의 명운을 건 절체절명의 국가정책이라던 대통령이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전라도말로 ‘껄쩍지근’하다. 여론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건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된 죽이 뜸을 더 들인다고 밥이 되진 않는다. 밥을 먹고자 한다면 다시 쌀을 씻고 새로 밥을 짓는 게 옳다.

대통령의 침묵은 충청민들에게 도리가 아니다. 충청민들은 벌써 두달이 넘게 머리에 띠를 두르고 차가운 거리에서 수도이전 사수를 외치고 있다. 그 외침에 메아리도 없이 해를 그냥 보내게 할 수 없다. 그러고도 신년사에 너나없이 새해 소망을 이루라고 말하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할 수는 더더욱 없다. 충청민의 외침에 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하라. 더도 말고 새해에 품을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바라건대, 그 말은 개헌을 하고 국민투표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안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헌법개정이나 국민투표의 현실적 어려움은 알지만 적어로 이를 배수진으로 삼아 추진하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구자도 아닌, 후구자(後驅者)도 못되는 수구(守舊)에 우이(牛耳)잡힌 느낌이다. 큰 줄기로 보면 역사는 제 곬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그것을 지탱해 온 것은 국민들의 깨인 눈과 힘이었다. 위정자는 어떻게 그것에 대응하고 역사 앞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2004년 역사를 ‘후세의 사필‘이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염두에 두고, 한시적 임기만 볼 게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겨냥해 시계(視界)를 활짝 넓혀야 한다. 눈에 보이는 그것, 그걸 들려달라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