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기 순호를 아는 사람이 순호 좀 보재요.” “응? 그래! 가보라고 하렴.” 무심코 한 대답이었으나, 시선을 교문으로 옮기는 순간 머리끝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교문밖에는 승용차와 두 명의 남자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순호야, 가지마. 얘들아, 순호 이리 오라고 해.” 고래고래 소리치곤 허겁지겁 교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미 순호는 두 남자 앞에 고개를 떨구고 서 있었고,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은 내 뒤를 따라와 주위를 둘러쌌다.
“무슨 일이죠? 순호와는 어떻게 알지요?” 나는 쉴 사이 없이 다그쳤다.
“선생님, 진정하세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는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 주었다. ‘아차, 일 났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풀이 꺾였다. 순경은 ○○에서 자전거를 잃어 버렸다는 신고가 많아 수사를 하고 있는데, 순호가 용의자들 중의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순호를 교문 모퉁이로 데리고 갔다.
“순호야, 저분들이 경찰이란다. 너 남의 자전거 훔친 일 있어?” 아니기를 그렇게도 바랐는데 무심하게도 순호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료실에 가 꿇어앉아 있어!.”
하고 순호를 들여보내려는 나를 경찰들은 안 된다며 서까지 가서 조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수업시간이니 수업을 마쳐야 하니 책임지고 출두시키겠다며 순호를 들여보냈다.
터벅터벅 순호가 있을 자료실로 향했다.
“왜 그랬니? 순호야.” “타고 싶어서요.”순호의 모기 소리 만한 대답에 나도 같이 울었다.
남의 물건에 다시 손을 대게 되면 너는 물론 선생님도 같이 벌을 받기로 경찰과 약속했다고 힘주어 말하고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며칠 후 육성회 임원인 순호 아버지를 만났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순호의 칭찬을 늘어놓으며 요즈음에 순호가 남의 자전거를 얻어 타기 위해 안달이더란 이야기, 임원이 장자인 순호에게 자전거 한 대 못 사주는 형편이냐고 살짝 이야기를 돌려 말했다. 며칠 후 나는 순호가 아버지로부터 멋진 자전거를 선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난 오후! 나는 그 어느 해보다 초여름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새 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신나게 달리는 순호를 보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