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같으면 벌써 성탄절과 송년 분위기로 떠들썩할텐데 올 해엔 차분하다 못해 조용하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라앉은 우리 모습의 반영인 듯 싶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어려운 우리의 이웃은 멀어지고 소외되기 쉽기 마련이다.
그래서 곡간에서 인심나고 주머니도 넉넉해야 열린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겨울을 녹이고 마음을 데우는 정들이 쌓여 가고 있다.
자선단체나 봉사단체, 종교단체는 말할 것 없고 우리 아이들의 전 재산인 코묻은 하루 용돈에서부터 독지가의 정성까지, 그리고 문풍지 붙여주기, 보일러 청소하기, 연탄배달 등 사랑의 손길 또한 분주하다.
우리나라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특히 요즘 심각한 경기불황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분들이 많다. 이 분들에게는 쌀 한 톨, 연탄 한 장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철부지급(轍駙之急)이란 고사와 같이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의 붕어는 물이 제일로 급하다.
마찬가지로 당장 춥고 배고픈 사람에게는 낚시대보다는 두툼한 옷가지와 요기가 절실하다. 작은 온정들이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어 우리 사회가 다함께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 부여만 하더라도 많은 군민들께서 어려운 이웃에게 쌀 보내기와 김장 담가주기 등에 대대적으로 함께 해 주셨고 꾸준히 온정을 모으고 있다.
또한, 마을 이장들과 공무원들이 나서서 혼자 사시는 분들만이라도 1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 찾아가서 살펴 드리기로 했다. 먹을거리가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땔감은 넉넉한지, 몸이 불편하거나 어려움은 없는지 알아보고 필요한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다. 이러한 작은 관심도 그 분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든든한 의지가 될 게 분명하다.
열 숟가락을 덜면 한 그릇의 밥이 되듯 어려운 이웃의 훈훈한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과 정성이 보태져야만 한다.
올 해 겨울은 평년 기온보다 훨씬 웃돌고 있다.
이상 기온임에는 틀림없지만 고유가의 시기를 맞은 지금 우리네 서민이나 겨울 농사를 짓는 우리 농민들에게는 다행 아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기쁨과 마찬가지로 어려움도 나눌수록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의 기쁨으로 간직될 수 있다. 힘들고 지친 우리 사회를 지키고 아름답게 꾸려가는 힘은 서로 아끼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우리의 따뜻한 마음과 정이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움의 손길이 이 겨울을 후끈하게 데우는 난로가 아닐 수 없다. 을유년 새해는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잘 되는 밝은 희망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해 본다.
며칠 후면 추워진다는 기상보도를 접하면서 챙기지 못해 소외된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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