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의 교육 현실이 대학입학에 치중되어 있고, 대학입학을 위한 그래도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번 수학능력 시험은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처음 치러진 시험이라서 선택과목을 택하여 응시하였고, 결과는 원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로 산정하여 발표되기 때문에 부정행위자의 점수처리 여부에 따라서 모든 수험생의 점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 파문에 대한 문제점은 이런 직·간접적인 피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교육부에서 주관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라는 국가기관에서 시행한 시험이 가히 무방비 상태로 부정행위에 무너진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하지 말고 양심적으로 시험에 임해야 함을 전제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비난하고 질타해야 하겠지만, 이와 같이 중요한 국가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적발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를 막지 못한 것 역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 파문의 경과를 지켜보면 부정행위를 저지른 범죄적 사실 규명의 필요성이 부정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덮어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부정행위에 가담했고 또 사실이 철저히 밝혀져야 할 필요성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양심적으로 자신의 실력으로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느끼고 있는 일종의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면서 치러야 하는 무수히 많은 시험에 모든 사람이 양심적으로 자신의 실력으로 임해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부정행위로 인하여 받는 선량한 피해자에 대한 상대적 보상도 부정행위자의 색출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어느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는가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좌우해 버리는 학벌위주의 평가를 해버리는 우리 사회에 있다.
비록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조금 게으르고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리고 지방대학이나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능력이 없다거나 인성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만이 대접받는 우리 현실이 수많은 수험생을 부정행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200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나타난 부정행위사건을 보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그러면서도 학력보다는 인성과 특기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험제도는 없는지 생각해 본다.
일률적으로 국가기관이 주관해서 치르는 시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이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라면, 오히려 학생의 선발을 자율적인 기준에 맞추어 시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을 계기로 보다 합리적인 평가 방향을 수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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