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새로운 대학입학 시험은 없나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시사에세이]새로운 대학입학 시험은 없나

  • 승인 2004-12-14 00:00
  •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늘 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의 결과가 발표된다. 이번 2005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은 어느 때보다도 대대적인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어느 시험에서건 부정행위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는 핸드폰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규모 또한 전국적으로 수백 명이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의 교육 현실이 대학입학에 치중되어 있고, 대학입학을 위한 그래도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번 수학능력 시험은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처음 치러진 시험이라서 선택과목을 택하여 응시하였고, 결과는 원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로 산정하여 발표되기 때문에 부정행위자의 점수처리 여부에 따라서 모든 수험생의 점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 파문에 대한 문제점은 이런 직·간접적인 피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교육부에서 주관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라는 국가기관에서 시행한 시험이 가히 무방비 상태로 부정행위에 무너진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하지 말고 양심적으로 시험에 임해야 함을 전제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비난하고 질타해야 하겠지만, 이와 같이 중요한 국가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적발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를 막지 못한 것 역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 파문의 경과를 지켜보면 부정행위를 저지른 범죄적 사실 규명의 필요성이 부정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덮어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부정행위에 가담했고 또 사실이 철저히 밝혀져야 할 필요성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양심적으로 자신의 실력으로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느끼고 있는 일종의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면서 치러야 하는 무수히 많은 시험에 모든 사람이 양심적으로 자신의 실력으로 임해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부정행위로 인하여 받는 선량한 피해자에 대한 상대적 보상도 부정행위자의 색출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어느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는가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좌우해 버리는 학벌위주의 평가를 해버리는 우리 사회에 있다.

비록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조금 게으르고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리고 지방대학이나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능력이 없다거나 인성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만이 대접받는 우리 현실이 수많은 수험생을 부정행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200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나타난 부정행위사건을 보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그러면서도 학력보다는 인성과 특기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험제도는 없는지 생각해 본다.

일률적으로 국가기관이 주관해서 치르는 시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이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라면, 오히려 학생의 선발을 자율적인 기준에 맞추어 시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을 계기로 보다 합리적인 평가 방향을 수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남에 반도체 짓는데 송전선로는 충남으로?… 지역 주민 반발 확산
  2. [대전 선도지구 정비사업장을 가다] 인태섭 둔산 14구역 추진준비위원장 “선도지구 선정은 모두 주민들 덕"
  3. 우주서 25㎝ 해상도 지구관측 광학위성… 대전 우리별1호 잇는 '스페이스아이T'
  4. [인터뷰]중도일보 오피니언면 <문화인> 칼럼 쓰는 이희성 교수
  5. 적립금 늘고 등록금도 올랐다… 대전 사립대 살펴보니
  1. 대전 대덕구의회 두달 넘게 파행…주민 불편 현실화
  2. 천문연 연구진, 은하단 1만 개에 하나 나옴직한 '원시초은하단' 발견
  3. 둔산서 사건은 유성서로… 대전경찰도 ‘가족 사건 상피제’
  4. 한밭대 신임 총장 임용 1순위에 윤린 기계공학과 교수
  5. 충청권 주민 '원정 의료' 고착화… 지방 의료 환경 변화 숙제는

헤드라인 뉴스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찬반투표 최종 부결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안 찬반투표 최종 부결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의 통합안이 구성원 찬반투표에서 최종 부결됐다. 공주대에서는 교원과 직원·조교, 학생 등 모든 직군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했지만, 충남대에서는 학부생과 직원들의 반대가 크게 나타나면서 통합안이 부결됐다. 양 대학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교원과 직원·조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충남대는 투표 대상자 2만4346명 가운데 1만8426명이 참여해 75.6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직군별로는 교원의 경우 924명 가운데 591명(63.96%)이 찬성했고 333명(36.04%)이..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미래대응기금에 지방재정 '비상'… 교부세 감소 우려 확산

이재명 정부가 내년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국세에서 일정액을 먼저 떼어낸 뒤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자주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충청권 등 전국 시도는 재정 자율성 훼손을 걱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10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정부는 반도체 추가 세수 등에 따른 재원으로 내년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청년과 국가 성..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임대주택 9892호… 6개월 이상 '빈집'

충청권 LH 건설임대주택의 6개월 이상 장기 공실이 9892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과 세종은 공가율이 각각 10.4%, 12.2%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LH 건설임대주택 97만 7240호 중 3만 8493호가 6개월 이상 공가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가율은 3.9%다. 충청권에선 충남의 장기 공가 물량이 가장 많았다. 충남은 LH 건설임대주택 5만 2294호 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추석맞이 대청소…‘거리를 깨끗하게’

  •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등장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문 부착

  •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 코레일, 철도 중심 지역관광 활성화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