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천사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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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천사의 감동

  • 승인 2004-12-14 00:00
  • 김명관 논산박애외과 원장. 성악가김명관 논산박애외과 원장. 성악가
‘천사’가 하늘에서만 내려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어려운 세상에 땅 위의 천사들이 많이 있기에 그 덕으로 정의가 악을 이기고 돌아가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천사들은 숨어 있어 보기가 쉽지 않다.

자기가 천사라고 표시한다면 이미 그는 천사가 아니겠지. 아름다운 사람들에겐 주변의 천사들이 많이 보인다 하는데 필자는 덜 아름다워 그런지 가끔 보았고 최근 또 한분의 천사를 보았다. 천사의 모습 뿐 아니라 그가 받는 보답을 보았다. 강단에 서는 게 직업인 그 분은 평소에도 주변으로부터 순수한 천사로 알려져있다.

꽤 많은 연세에도 항시 동심 속에서 살고 있는 느낌을 주는데 어느 날 어느 이유로 그분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며 설레는 억양으로 지금 자기가 서울로 차를 빼러 간다 하였다.

차를 어떡하면 빼나 하고 혼자 웃었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우리말로 얼른 좋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일상적인 축하 인사를 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요, 제가 무슨 차를 빼는 줄 아십니까? 맞춰보세요!”

“제가 에쿠스를 뺍니다.”

“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차를 사시네요?”

“아니 비싼 것 말고요 사천만원짜리요!”

속으로는 그 분 직업이 약간은 눈치도 볼 법한 직업일텐데 그리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음은 물론이다. 내용인즉 거절을 못하는 성품에 별수없이 친구에게 5000만원 보증을 섰는데 부도가 나고 친구는 줄행랑….

부탁하면 보증 이상의 것이라도 안해줄 재간이 없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참 연하의 필자에게 꾸지람(?)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많은 심적인 고통 끝에 법적 조치는 생각도 못하고 월급을 차압당해 수년간 갚아오던 중 몇백만원 남았을 시점에 갑자기 이 도망간 친구가 성공(?)해 돌아왔다는 것이다. 친구는 빚을 다 갚아주고 덤으로 이 비싼 자동차를 사줬다 하며, 얘기하기 전에 이미 차를 신청해 놓아 바꾸지도 못한다한다.

물론 도망갔던 친구도 부탁하기 전부터 이미 이 분이 천사라는 것과 맘고생 시켜서는 안되는 사람인 줄을 알았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당시에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가슴에 찡하는 감동이 솟구쳤고 정의는 꼭 이긴다더니 사람이 순수하니 결국 인정을 받는구나 하는 긍정적인 세상의 진리를 다시금 새기는 일화가 되었다.

감동은 아무나 줄 수 있는게 아니다. 많은 사람 중에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위해 세상에 온 분들이 반드시 있다고 굳게 믿고, 그들이야말로 사람의 형상을 한 천사임에 틀림이 없다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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