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크겠지만 그만큼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과학인으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 설문조사에서 아직도 과학자에 대한 선호도가 10% 정도로 소위 Top-10에 든다는 것이다.
과학의 출발은 곧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이들에게 과학은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중요한 모티브이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과학에 대한 생각은 ‘재미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이러한 반응은 중·고등학교에 이르러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과학은 어렵고 딱딱한 그야말로 재미없는 학과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윽고 성인이 되어서는 과학이란 그저 과학자나 기술자들의 전유물일 뿐 생활과는 동떨어진 분야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나 사회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이겠지만 어찌되었든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일정 수준의 과학기술 발전은 몇몇 우수한 과학자나 소수 집단의 노력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 수준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과학기술의 저변화와 사회구성원의 이해가 필수적인 요건이다. 즉, 우리의 생활 속에 과학이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생활 속의 과학, 과학 속의 생활은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으며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트렌드 중 하나인 웰빙 열풍은 식생활과 건강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욕구가 과학적 접근방식으로 형상화된 예의 하나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관점에서 생산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그 정보의 진위를 판별할만한 과학적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곧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과학적 지식이나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일련의 변화들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생활 속의 과학이 싹을 틔우고 있으며 머지않아 그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소비자 단체 및 과학기술 분야 NGO들의 활동이나 TV를 비롯한 대중매체에서 생활과학에 대한 정보제공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교육제도에 있어, 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과정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으나 여러 대학을 중심으로 기초과학과 함께 생활과학에 대한 전문과정을 편성하는 추세에 있는 것 등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각된다.
한편, 우리 대전 지역은 대덕연구단지와 엑스포 과학공원, 국립중앙과학관 등의 과학 인프라가 풍부하며 이를 기반으로 매년 다양한 과학교육 이벤트가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행사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생활 속의 과학’을 실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지역이 우리나라 과학문화 창달의 메카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본다.
현대 과학기술은 인류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수십만 년의 노력과 경험의 결과, 즉 인류가 확보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난 후 인류의 과학문명이 어떻게 발전하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날의 과학기술 또한 미래 인류의 과학문명 발전에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게 될 것임은 확실하다.
즉, 과학기술은 연속성을 가진 인류역사의 일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과학기술의 습득과 이해, 나아가 생활 속의 과학을 실천하는 것 또한 미래의 우리 후손에 대한 선조로서의 중요한 의무가 아닐까 생각하며 그동안 5회에 걸친 과학기술에 대한 필자의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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