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대전에도 가정법원 있어야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월요아침]대전에도 가정법원 있어야

  • 승인 2004-12-13 00:00
  • 한복룡 충남대 법대 교수한복룡 충남대 법대 교수
지금 우리나라의 가정은 미증유의 변화를 겪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하여 과거의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변화하였고 더욱이 개인주의·자유주의의 발달로 핵가족은 쉽게 해체될 수 있는 연약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최근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 이혼율은 세계 2위로 OECD 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 세계 최소, 급속한 고령사회진입 등 암울한 통계치도 나오고 있다. 남계혈통 중심적인 유교적 종법사회의 영향으로 남아출산율이나 고아수출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는 것이 우리 가정의 현실이다. 이러한 가정을 가지고서는 선진사회 진입이라든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꿈은 실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안정된 가정은 개인행복의 바탕이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가정의 평화가 세계평화의 뿌리가 된다는 것이 모든 인류의 신념이기도 하다.

1960년대에 이미 급격한 이혼율 상승을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가족의 대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가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구의 그러한 변화에 조금만 세심한 주의를 하였어도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산업화·경제개발 위주의 국가정책에 가려 우리 가정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세계 제1위의 이혼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구에서는 가정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국가의 인력과 예산을 가정의 안정과 복지를 위하여 투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가족과 국가의 역사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3년 가사사건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서울가정법원을 독립된 전문법원으로 설치하고 2000년 3월 1일에는 대구·부산·광주에 가정지원을 설치하였다. 서울가정법원은 현재 1개의 가사항소부, 3개의 가사합의부, 14개의 가사단독재판부, 3개의 소년단독 및 1개의 가정보호단독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사조사관제도를 활용하여 그동안 가사·소년사건의 해결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이혼사건 등 가사소년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정사건의 전문성이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정도의 인적·물적인 대응으로는 역부족이며 더 많은 노력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일본·호주와 같은 나라들은 법원청사부터 일반법원과는 다른 분위기로 설계·건축하고, 각 지역별로 많은 가정재판소 본청과 지부·출장소 등을 두고 있다. 법원이라기 보다는 갤러리같은 분위기 속에서 가정의 어려운 문제를 전문가들과 상담할 수 있으며 딱딱한 재판보다는 조정전문가들에 의해 분쟁이 조정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우리 가정은 더욱 무질서하고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협의이혼을 방임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대법원도 2004년 4월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킴과 아울러 가정법원개편방안을 의제로 채택하여 전통적인 사법시스템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 건강한 가정과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때를 계기로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가정법원 지원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 대전에서 선진적인 가정분쟁시스템을 갖춘 21세기형의 가정법원이 탄생되기를 바란다.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 단체장, 의회의원, 학자, 시민단체 등이 함께 나서서 현안문제를 해결하기에 적기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