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세계 최소, 급속한 고령사회진입 등 암울한 통계치도 나오고 있다. 남계혈통 중심적인 유교적 종법사회의 영향으로 남아출산율이나 고아수출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는 것이 우리 가정의 현실이다. 이러한 가정을 가지고서는 선진사회 진입이라든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꿈은 실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안정된 가정은 개인행복의 바탕이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가정의 평화가 세계평화의 뿌리가 된다는 것이 모든 인류의 신념이기도 하다.
1960년대에 이미 급격한 이혼율 상승을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가족의 대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가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구의 그러한 변화에 조금만 세심한 주의를 하였어도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산업화·경제개발 위주의 국가정책에 가려 우리 가정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세계 제1위의 이혼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구에서는 가정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국가의 인력과 예산을 가정의 안정과 복지를 위하여 투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가족과 국가의 역사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3년 가사사건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서울가정법원을 독립된 전문법원으로 설치하고 2000년 3월 1일에는 대구·부산·광주에 가정지원을 설치하였다. 서울가정법원은 현재 1개의 가사항소부, 3개의 가사합의부, 14개의 가사단독재판부, 3개의 소년단독 및 1개의 가정보호단독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사조사관제도를 활용하여 그동안 가사·소년사건의 해결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이혼사건 등 가사소년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정사건의 전문성이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정도의 인적·물적인 대응으로는 역부족이며 더 많은 노력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일본·호주와 같은 나라들은 법원청사부터 일반법원과는 다른 분위기로 설계·건축하고, 각 지역별로 많은 가정재판소 본청과 지부·출장소 등을 두고 있다. 법원이라기 보다는 갤러리같은 분위기 속에서 가정의 어려운 문제를 전문가들과 상담할 수 있으며 딱딱한 재판보다는 조정전문가들에 의해 분쟁이 조정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우리 가정은 더욱 무질서하고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협의이혼을 방임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대법원도 2004년 4월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킴과 아울러 가정법원개편방안을 의제로 채택하여 전통적인 사법시스템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 건강한 가정과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때를 계기로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가정법원 지원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 대전에서 선진적인 가정분쟁시스템을 갖춘 21세기형의 가정법원이 탄생되기를 바란다.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 단체장, 의회의원, 학자, 시민단체 등이 함께 나서서 현안문제를 해결하기에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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