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명성제고와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 시행에 앞서 이와 같은 논의가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 이는 재계가 경기침체를 빌미로 개혁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분식회계는 재계의 고질적인 관행이었다. 재계가 단기간 내 분식회계의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적용 제외를 요구하는 것은 재계가 자신들의 과거 불법행위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이를 피해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전에 분식회계로 인해 처벌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묵과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해 달라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집단소송법은 시행시기, 소송요건 등에 대해 남소우려가 있다는 재계와 야당의 주장으로 인해 그 실효성이 상당히 훼손된 상태다. 여기다 과거 분식회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은 이 법의 입법취지와 시행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기업들의 회계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발언도 적절치 않다. 윤 위원장은 ‘분식회계를 기업의 책임만으로 묻기 어려우며 마지못해 분식회계를 한 기업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며 ‘분식회계 소급적용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을 털어줘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증권시장에서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하는 관리감독기관장이라면 오히려 내년에 시행되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시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자기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업들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는 것은 이 제도의 실질적인 조기 정착을 어렵게 하는 행위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미비한 점이 많이 있으나 그대로 시행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경기침체를 빌미로 과거 분식회계 사면을 주장하여 개혁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재계의 각성을 촉구한다. 정부와 여당 역시도 이 제도가 증권시장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고, 기업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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