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진정한 출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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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진정한 출가정신

  • 승인 2004-12-11 00:00
  • 장곡 계룡산 갑사주지장곡 계룡산 갑사주지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새해 해맞이법회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이다. 바쁘게 치달려온 한 해를 차분하게 되돌아보며 허술하게 보낸 점은 없는지 반성해본다. 산에 사는 승려로서 본연의 출가정신을 어기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보려고 한다.

얼마전 모 방송에서 특집으로 방송한 재가자를 상대로 한 달 동안 행자생활을 하도록 하는 월정사 단기출가학교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첩첩산중에서 삭발한 채로 스님들과 같은 수행을 하고싶도록 만들었단 말인가. 개중에는 집이나 직장에도 연락하지 않고 곧바로 출가학교에 들어오거나, 끝나고도 귀가하지 않은 채 스님이 되겠다고 절에 남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갑사에서도 올해 국내외에서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재가자들이 3000명이나 될 정도로 산사수련회는 현대인의 수행처로서 각광받고 있다.

출가(出家)란 무엇인가. 흔히 출가와 가출(家出)을 비슷한 말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다. 집을 나오는 것은 같은데 의미가 다르다. 가출은 철부지 아이나 가정불화를 일으킨 성인이 무작정 집을 나오는 것인데 비해, 출가는 불교에서 속세의 인연을 버리고 성자의 수행생활로 들어가는 일이다. 사람들은 세속의 생활이 힘들거나 지쳤을 때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여행을 일상탈출(日常脫出)이라는 표현과 함께 쓴다.

부여가 고향인 나는 황부자집의 7남매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나 부여중에 다닐 때만 해도 스님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게 됐다. 17세 때인 고교시절 낯선 서울의 대도시에서 마음 둘 곳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찾아간 부여 무량사에서 거절할 수 없는 강력한 신비의 힘을 느끼고 삭발을 했다. 그러나 마곡사에 계셨던 은사스님의 권유로 승려의 신분으로 서울에서 고교를 마치고 동국대 불교대를 졸업한 후 논산 관촉사 주지로 내려오면서 고향에서의 ‘백제불교 중흥’이라는 포교사업을 화두로 삼아 여기까지 오게됐다.

출가하면서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본연의 정신을 수시로 챙긴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교화하는 수행자의 길은 끝없이 멀고도 험하다. 부처님이 몸소 가르쳐 주신 출가정신을 회복하여 각박하고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고 향도해가야 하는데 때로는 힘겨움을 느끼곤 한다. 진정한 출가의 정신은 올곧은 수행에 있다.

수행은 곧 깨달음과 연결된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가 날갯짓을 멈추면 추락하는 것과 같다. 세상의 명예와 재물을 떠나 깨달음을 성취하고, 생명을 구제하려는 출가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온 게 사실이지만, 일부에서는 성스러운 출가를 단지 흥미위주의 가십거리로 소개하며 출가정신을 왜곡하거나 폄하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병환 중에 있으면서도 끝없는 출가를 꿈꾸어 왔다. 80이 넘은 고령으로 진리를 향해 시베리아의 철도여행을 떠났던 톨스토이는 시골의 작은 간이역에서 역장이 바라보는 가운데 행복하게 삶을 마쳤다.

불경에 이르기를 “보리심(깨달으려고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출가이며, 출가는 그것으로 다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마음이 번뇌에서 벗어난 것으로, 마음출가를 뜻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오염된 몸과 마음, 그리고 혼탁한 지구촌 환경을 정화하는 일이다. 해법은 있다. 각자의 마음을 본래 청정한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톨스토이처럼 끝없는 출가수행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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