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참자아를 키우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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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참자아를 키우는 교육

  • 승인 2004-12-08 00:00
  • 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
2003년 11월 5일 대학수학능력고사를 치르던 날 전북 남원의 한 여학생이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으며, 다음 날에는 서울에서도 한 여학생이 수능 성적이 낮게 나와 대학도 못 가게 생겼다며 아파트 25층에서 떨어져 숨진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2004년 올해에는 대학수학능력고사가 끝나고 핸드폰을 사용한 부정행위와 대리시험을 통한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수백명의 수험생들이 수능 부정행위로 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지난해에는 ‘죽음’으로 올해는 ‘범죄자’로 내몰리고 있다.

연간 200여명이 성적 때문에 자살하고, 학교 안팎에서는 폭력과 집단따돌림이 난무하며,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가르쳐야할 학교는 오히려 친구가 경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삭막한 곳이 된 지 오래다. 자율과 생명을 죽이고 타율과 죽음이 지배하는 출구 없는 ‘입시 지옥’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젊은 생명의 모습은 처절하다.

이러한 총체적 교육 위기의 이면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학벌위주 풍토와 그로 인한 살인적 입시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죽음과 범죄자로 내모는 경쟁 위주의 교육 풍토에서는 바람직한 인간의 변화를 도모하는, 즉 지성의 연마, 기술의 습득, 도덕성의 제고, 감성의 발양, 체력의 증진 등을 유기적으로 고르게 증진시켜주는 전인 교육은 설자리를 잃고, 대신 주지주의적이고 획일적이며 강압적인 교육 풍토만이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풍토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억압하고 이들의 주체성과 창의성 그리고 자율성을 말살함으로써 학생들을 죽음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타율과 죽음이 지배하는 교육이 아닌 ‘자율과 생명을 살리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참자아를 키우고 실현하는 데 있어야 한다. 참자아를 키우는 교육은 먼저 학생들의 재능과 덕성이 상호 부합될 수 있도록 하는 ‘재덕일치(才德一致)’의 교육이어야 한다.

인간은 유기체적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유기체적 사회의 건강한 존속을 위해서는 다양한 재능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학생들의 서로 다른 타고난 재능과 기술을 신장시켜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러한 재능 신장의 교육은 반드시 학생들의 서로 살리고 서로 길러주는 덕성의 성취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재능과 덕성의 일치를 통해서만 학생들의 재능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 둘째, 능동성·자율성·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교육이어야 한다. 형식적이고 강압적이며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의 생명과 자율성을 말살한다.

반드시 학생들의 자연한 정서에 부합되도록 자율적 교육을 실시하여 그들의 자연한 정서를 함양시키고 덕성을 증진시키며 지각을 계발시켜 줌과 동시에 그들의 자발성·자율성·능동성·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토록 해야만 참자아 실현은 물론 유기체적 인간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 길러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배움과 실천이 일치되는 교육이어야 한다.

인간은 몸과 마음의 합일체이다. 따라서 주지주의적인 순수 이론 학습만으로는 참자아를 실현할 수 없다. 배움은 머리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득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론 위주가 아니라 체험중심의 교육, 체험하여 스스로에게 분명해지는 교육이 취해져야 한다.

인간은 또한 수많은 관계의 장안에서 놓여있으며, 예컨대 부모 자식의 관계는 자애와 효도라는 구체적 실천 행위를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과 같이 관계의 장은 단지 배움을 통한 앎의 단계가 아닌 실천 행위를 통해 실현된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통일하는 배움과 실천의 주체적 합일 교육을 통해서만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참자아를 키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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