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거의 매주마다 저명한 원로과학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한번은 총리가 쩡짜오중이라는 저명한 물리학자를 만났는데 이 사람의 일화가 재미있다.
쩡짜오중은 어떤 강연회에서 청중들로부터 3가지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 첫째는 “인류는 과연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가?” 둘째는 “향후 20년, 세계 물리학의 전망은?” 마지막으로 “당신이 종사하고 있는 과학실험은 어떤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가?” 이었다. 쩡짜오중의 대답은 3가지 다 “모른다”는 것이었다.
내가 만약 이 질문들에 답한다면 첫 번째는 모르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은 연구계획서를 쓸 때마다 매번 정답을 제출해야만 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대답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세상모르는 물리학자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가라면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또 원자바오 총리는 무엇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나 또한 명색이 과학자로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을 그대로 넘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먼저 원자바오총리가 이들을 만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그는 찾아뵌 원로과학자들에 우선 경의를 표하고, 이들의 조언을 경청한다. 얘기인 즉, “지금 시장에 나온 기술은 한참 멀었다. 국가란 모름지기 첨단 기초기술을 장악해야 하는 것이다. 진주를 가진 자 만이 마로를 바꾸어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총리는 “과학기술의 진보를 통하여 중국경제 성장의 틀을 바꾸자”고 말하였다.
최근 산업성장에 관한 이론 중에서 스마일 곡선에 관하여 본 적이 있다. 즉 산업 활동의 과정은 상품개발, 부품구매, 조립제조, 판매유통 그리고 애프터 서비스의 다섯 과정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수익성면에서는 이 과정의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가 수익성이 가장 높고, 중앙의 조립제조 과정이 수익성이 가장 낮은 웃고 있는 입술 모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현재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위주의 경이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총리는 이 스마일 곡선 비슷한 것을 이해하고, 이들 원로과학자들을 만나면서 중국에서 ‘제조업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우리 모든 생활과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고 개발하여 좀더 합리적이고 윤택한 생활을 할 방법론을 마련하는 기초과학의 이상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이것을 오로지 경제성장의 동력으로만 생각한다면 과학기술자라는 것이 조금은 초라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찌 됐든 과학기술의 진보가 그 자체로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자리 잡아 갈 수 있도록 경제의 틀을 바꾸어 놓아야만 선진국이라 할 것이다.
비단 과학자뿐만이 아니지만 오늘날 전문가들 중에는 깊이 연구해 보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는 의견을 버젓이 새롭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많은 전문가의 의견은 차츰 의견전문가의 의견이 되고, 과학기술자의 견해가 종종 과학평론가의 견해로 오해 받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정말 내가 모르는 게 뭔지나 알면서 수많은 연구계획서에다 내 분야 10년 후의 전망과 기대효과 등등을 쓰면서 과학기술자로 일해 온 것일까? 원자바오 총리가 저렇게 설치는데 중국은 과연 언제쯤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 또 목이 탄다. 그렇지만 괜찮다. 언제나 이렇게 타는 목마름으로, 그래서 연구원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