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그들’보다 ‘우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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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그들’보다 ‘우리’를 위하여

  • 승인 2004-12-07 00:00
  • 임양빈 건양대 교수임양빈 건양대 교수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짓는다는 의미와 함께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전해준다.
‘연말’이라는 단어는 인간에게 갖가지 상념을 갖게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는 국가의 사활이 걸린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의미한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근본을 살펴보고, 위기에 놓일수록 출발점을 다시 보라는 말이 있다. 국가와 사회를 선도해가야 할 개인이나 집단이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오늘의 궁극적 쟁점은 ‘4대 개혁법안’이나 ‘국회’에 머무를 수 없다.

더 나아가 국가의 지도자를 뛰어넘는다. 우리의 진정한 관심사는 ‘대한민국’이다.
지금 우리의 어려움은 60년대 이래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지금 우리의 위기는 지난 시절 무수히 경험해 온 것이다. 마치 해변을 때리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이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참 모습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금 우리가 그러한 어려움과 위기를 맞아 사회의 급격한 해체를 우려하면서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오직 이것 때문에 오늘의 어려움이 있고, 이것만 해결되면 모든 위기가 해소되는 듯 여론이 오도되고, 생각들이 모아지는데에 진정 우리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과 386개혁세력을 상대로 화를 내는 것으로 자족할 수 없다.

그들은 오늘 왔다가 내일 갈 사람들이지만 이 곳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다. 그 사람들이 지키지 못하고 망가뜨려 놓았어도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언제까지 팔짱만 낀 채 나라와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는 얼마 전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었다. 여당과 정책당국자들만이 위기가 위기를 부를 뿐이라면서 손사래를 쳤지만 이젠 그들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듯 하다. 국제수지니 경상적자니 하는 등의 수치의 문제를 떠나서도 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IMF 때보다 사정이 더 나빠졌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사실 오늘 정부의 개혁혼선이 이처럼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 근본원인은 경제사정의 악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해가 다르게 우리는 ‘의지’를 잃어가고 있다.

이 의지를 회복하지 못해서 지금 우리에게는 ‘우리’라는 공감대가 상실된 지 오래다. 지금 우리 근로자에게는 ‘우리 회사’ 의식이 없고, 우리 국민들에게는 ‘우리 사회’ 의식이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 어려움과 위기는 이 의지와 의식을 되찾는 데서 오직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이고 우리의 의지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방관자적 태도이며 패배의식이다. 어려움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온다. 자신감을 잃고 열정을 태워보지도 못한 채 내부활력부터 잃어버리는 데서 온다.

이 정부는 몇 가지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정권의 궁극적 평가를 나라의 경제와 안보의 관점에서 내리자면 이 정권은 경제도 살리지 못하고 안보도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정부는 이 겨울에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대통령은 경제를 추스르고 사회를 통합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그 동안 너무나 많은 충고와 의견들을 무시해 왔다. 이제 국민들의 충고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런 전제 아래 우리 국민들은 기다려줄 것은 기다려주는 국민적 성숙함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상처를 더 입고말고 할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이지 ‘그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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