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얘기지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으레 지난 1년을 생각하며 가까운 사람들에게 카드를 만들어 보내주곤 했었다. 비록 솜씨는 좋지 않았지만 색종이 위에 눈이 오는 모습도 그려 넣고 겨울나무도 그려 넣었던 기억이다.
그러면 상대방도 그에 걸맞게 답장을 해 주곤 했었다. 이제 이메일도 귀찮아 휴대폰문자로 소식을 전하는 세상에서 누가 만약 카드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보내준다면 반가움에 앞서 의아해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들 마음이 서걱거리는 숯검댕이 마냥 메말라 있는 것이다.
2004년을 보내면서 국민들은 무척 화가 나있다. 정치 얘기를 하면 거친 말부터 쏟아낸다. 게다가 운전을 하다보면 성급하고 난폭한 차량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만큼 국민들은 불안하고 짜증스럽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자고나면 정치인들 욕이다. 정치인들을 욕하지 않은 시대도 없었지만 지금 우리의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우둔한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 우리가 가를 수 있는 건 다 갈라놓았다.
노사간, 동서간의 갈등은 말할 것 없고, 방송과 신문을 나누고,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을 나누고 개혁과 보수로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서 진보와 수구로 나누고 급기야 나라의 근간이 되는 헌법까지 관습헌법과 성문헌법을 가르려고 하더니, 경기도를 둘로 나누어 보자고 하고 오죽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혈액형을 가지고 패거리를 나눈다고 한다.
아무리 가르는데 익숙한 민족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것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이라도 갖고 이러는 건지, 그렇지 않으면 서로 손가락질 해 가며 갈 데까지 가봐야 하는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
가름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패거리가 있어야 한다. 패거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패거리를 조장하는 핵심 무리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무리 안에 교묘하게 숨겨진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그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계산하기 위하여 그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누가 살아줄 것도 아닌 나의 인생을 살면서 몸은 조금 고단할지언정 내 영혼의 자유를 얻기 위해 하루빨리 우리는 패거리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싱싱하고 순수해야 할 고등학생들 수 백 명이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하는데도 죄의식도 없고 위기의식도 없는 이 나라의 또 한 해가 세월 저편으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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