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이해득실을 전제로 벌어진 골 깊은 대립양상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낳고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허탈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일상의 말들이 보여주는 부침현상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수많은 말들의 뒤얽힘 속에서 우리는 어떤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지 새삼 곤혹스럽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서 주도해 가려다 야당의 저해로 끝내 무산된 수도 이전은 앞으로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 일을 통해서 우리 중부지역이 한 가지 대오각성 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충청권은 그동안 늘 정치권의 외곽에서 소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지역의 결집된 힘을 통한 능동적인 성취보다는 각 당의 역학관계 속에서 얻어진 결과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백지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기에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연일 벌이는 집단적 시위도 의미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을 계기로 우리 중부가 새롭게 다짐할 것이 있다. 그것은 항상 내가 서있는 곳이 중심이라는 사실을 가슴깊이 새기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중부라는 지정학적 위상에 맞는 자율적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수도를 중부로 옮겨야만 이곳이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우리가 있는 여기가 중심이라는 자신감과 신념을 마음속 깊이 새길 때 중심이 되는 것이다.
중부권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거듭나야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매사에 타율적이며 수동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겨울 속에는 반드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시련이 숨어 있다. 그것을 깨닫고 이 겨울을 지혜롭게 넘어야 할 것이다. 창밖의 나무들도 어느 사이엔가 두터운 외투를 입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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