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세모(歲暮)에 부침

금년 한 해도 어느덧 세모의 달로 접어들었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일정한 마디와 운율을 부여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고자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세모가 다가오면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을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송구영신의 계절을 맞으면서 나름대로의 소회를 부치는 의의가 여기에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모두는 참으로 힘든 한 해를 지내 왔다.

우선 정치권은 끝없는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저질스런 막말이 난무하며 죽기살기식의 상쟁을 벌여 왔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 실제로는 당리당략에만 몰두해 왔다. 정치인들의 말이 신의를 잃은 지는 오래이고 나아가 그들은 오히려 그럴싸한 말로 국민을 우롱하려고까지 든다.

모두가 잘못된 일들이다. 새해부터는 제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 주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다. 이 나라는 민주국가이다. 민주국가는 국민이 주인된 나라 아닌가. 정치인들은 국민에 대한 공복으로서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먼저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정치가 이러하니 경제인들 잘 풀릴 리가 없다. 말로는 민생을 내세우지만 돌아서면 민생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문제로 공허한 논쟁만 벌인다.

그러나 민생은 어쩌다 한번씩 돌아보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국가안보 문제처럼 그것은 항시적으로 챙겨야 하는 제일의적인 과제라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성장과 분배는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고집하기보다 이 두가지는 동시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새해에는 빈부격차가 줄어들고 고루 잘사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하여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지난 여름에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벌써 잊은 것은 아닐 텐데 지금 이 문제에 대하여는 이상하리 만큼 잠잠하여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그들은 더욱 내밀하게 역사침탈 작업을 확대해 가고 있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함께 우리나라에 대한 영토분쟁이나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노린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오히려 남북문제와 병행하여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 되어 있다.

그런 중에도 당면한 현안으로 진행 중인 국민적 최대 관심사는 역시 신행정수도 문제다.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하여는 재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적 합의 도출이 문제로 남아 있다.

헌재의 해괴한 위헌 결정 이후 이 문제는 지금 국회 특위로 넘어가 있다. 내년 2월말까지는 어떤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권의 행태로 보아 이는 결코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당초의 취지대로 행정수도 이전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는 그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범충청권의 결집된 역량으로 대국민 대정치권 설득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묵은 과제들이 시원스레 풀리고 우리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져서 감사와 축복이 넘치는 을유년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