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차장 |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신 분 더 준비한 게 있다면 하십시오”라는 면접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응시자 중 한명이 “노래를 잘한다”며 ‘곰마리’라는 동요를 씩씩하게 불러 제쳤다.
면접관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또 면접관이 “우리 회사를 10자로 말해보세요”라는 질문에 다른 응시생은 “지역 은행, 푸른 은행, 친절한 은행”이라고 답했다.
면접관의 10자가 넘는다는 말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은행’을 빼면 10자”라고 재치 있게 받아 넘기기도 했다. 취업전쟁에서 패자(敗者)가 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처절하기만 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모기업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1차 서류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으며, 또 다른 기업에서는 토익 만점자 20명 전원이 2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예비취업자들은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기위해 성적,토익, 석박사 학위는 물론 관련 자격증도 이제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자신을 팔기위한 파격세일’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취업난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졸자 10명 중 4명이 백수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2명 중 1명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같은 취업난 속에 지방대학 출신자들은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것이 노동시장에서는 마치 태생적한계인 것처럼 여겨져, 서류전형에서도 통과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졸자들은 평균 보통2~3년 취업준비를 하다가 취업을 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자영업으로 진출하고 만다. 상용노동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펴보기도 전에 자영업자로 전락한 이들이 다시 상용노동시장에 진출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패자부활전’이라는 관용이 없는 사회이기에 수능에 모든 것을 걸고 어린나이에 부정을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우리사회가 각박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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