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2004년도 이제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맘 때면 몸도 마음도 분주해진다. 지난 11개월을 잘 지내지 못했더라도 남은 한 달이나마 잘 보낸다면 올 한해도 뭔가를 이룬 듯,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08년도 대학입시에서 수능성적보다 학생부의 내신성적 반영이 강화된다는 발표가 있어 새로운 입시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지난달 17일에 치른 수능시험에서는 입시부정이 행해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학졸업예정자는 어떠한가? 경제침체로 인해 취업의 문이 좁아져 일자리 얻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데다 내년도 경제 전망조차 불투명한 현실에서 상당수가 고학력 실업자의 길을 걸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대학을 중심으로 그 외부에서 감지되는 교육의 총체적 사안들이다. 그렇다면 정작 대학이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말 못할 고충은 없는 것일까? 현재 대학들은 삼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입학자원의 감소, 대학교육의 부실 그리고 대학졸업자의 취업난이 바로 그것이다.
2004년을 고비로 대학입학정원 대비 고교졸업예정자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각 대학은 모집정원을 채우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 3월 1일 현재, 인문계와 실업계 고등학교의 졸업예정자가 57만9769명인 것에 반해 대학모집 정원은 4년제 대학 모집정원 36만5533명, 전문대 입학정원 27만7223명을 합한 64만2756명이다.
통계적 수치상으로도 입학자원의 부족을 알 수 있지만 입학전형시기와 방법의 다양화로 인해 특히 지방대학이 겪는 실질적인 입학자원의 고갈은 대학의 재정은 물론 학과 존폐까지 염려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대학의 정체성은 아카데미즘에 입각한 진리와 학문탐구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변 환경의 변화로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문제는 대학들이 이러한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구조적으로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입생 확보를 위해 고등학교를 쫓아 다녀야 하고 취업을 위해 산업체를 방문해야 하고 각종 평가 보고서와 사업 신청서를 작성하느라 시간을 빼앗기다 보면 교육에 전념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게다가 그 동안 대학평가의 기준이 교육의 질과 내용보다는 교수의 연구실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대학 차원에서 조차 교육 내실화를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취업률 저조의 원인이 대학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취업률이 저조한 학교는 학생 지원율이 떨어져 또다시 신입생 충원에 전력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앞으로 3~4년 내에 고교졸업예정자의 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예전과 같은 경제성장과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핑크빛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내실 있는 대학 교육만이 대학 내부에서 겪고 있는 삼중고의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이다.
해답은 원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결론적으로, 대학들은 대학구조조정속에서 어려움 속에서 특성화와 내실화를 통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 길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시킬 수 있는 해법인 동시에 대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매김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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