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학 부국장 |
이제는 욘사마 효과를 놓고 경제적 효과로 까지 득실계산이 한창인 모양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1조원 쯤 될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고 일본의 모방송국은 만성적인 적자를 배용준의 출연으로 만회한다는 전략으로 그의 방송출연에 고위간부까지 나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한류열풍이 아시아 전역을 휩쓸면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관심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에서도 우리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캐릭터 상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는가 하면 드라마의 촬영현장을 찾아 관광객이 몰린다하니 경제의 국경을 넘어 문화의 국경까지 넘나드는 그야말로 글로벌시대를 실감케 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단순히 일본인들이 한국에 마음을 열고 글로벌시대에 나타나는 문화현상으로만 봐야할 것인가. 혹시라도 속내를 감춘 무서운 저의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경계심을 편다면 지나친 노파심일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을 테마로 한 드라마가 일본 여성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일본여성들의 광적인 욘사마 열기로 치부하기엔 어쩐지 꺼림칙하다.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일본 여성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망후 일본 여성들은 미국의 맥아더 장군을 녹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일본여성들은 절치부심의 칼을 숨겨두고 맥아더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미국인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적대적 감정은 꼭꼭 숨겨둔채 반드시 미국은 쓰러트리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일본인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이 미국의 가장 큰 아시아의 우방역할을 하지만 그들은 내심 패망의 역사를 잊지않고 있으며 대국민 단결을 여전히 공고히 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서 탈피하려고 무서운 인내를 하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장기불황을 겪은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을 경제적으로 넘어뜨릴 수만 있다면 미국본토를 돈으로라도 사겠다는 지나친 집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고 보면 그들의 치밀성에 소름이 오싹하기까지한다.
일본인들은 어쩌면 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를 보고 너희들은 이제 시작이다 까불지마라하는 암묵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3만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을 달성한 경제대국이면서도 동경탑의 불을 끄고 신주쿠거리에만 네온사인을 허용하는 철저한 국가적 근검절약의 정신을 펼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에 대한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은 경제적 그 이상으로 문화적으로도 한국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이 숨어있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기우일까. 단순한 영화배우하나의 경제적 효과가 어떻고 저떻고 호들갑을 떠는 우리의 처지와 비교하면 이제는 우리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저들을 철저히 분석하며 침착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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