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사랑과 평화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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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사랑과 평화안에서

  • 승인 2004-12-01 00:00
  • 이인학 당진중 교사이인학 당진중 교사
오늘은 다른 날보다 늦게 퇴근을 하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즐거운 일을 보아서다.
요즘 누구나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자식에게 관심이 많은 추세인데 그 학급에서 가장 부족하다는 학생이 영어 단어 쪽지시험을 보았는데 20문항을 다 맞추었단다.

그 담임 선생님이 그 학생을 칭찬하며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어쩌면 평소 소외당하고 있는 그 학생에게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며... 교사의 길을 선택한 일이 후회가 없다는 둥…, 평소 말이 없는 선생님이 오늘 따라 말을 많이 한다.

아직도 흥분했는지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으라는 둥…, ‘사진 찍어도 돼요?’라고 묻는 그 담임 선생님에게 오늘은 늦게 퇴근해도 좋으니 얼마든지 사진을 찍으라고…. 다른 반 여선생님들과 도서관내에 노랗게 핀 국화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평소 방과 후 1학년 9반을 위하여 함께 웃고 울고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지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교무실을 나섰다. 하늘도 오늘을 축하하듯이 첫 눈이 내린다. 수북히 쌓이면 좋겠다.
교문 양쪽으로 늘어 서있는 은행나무는 비바람과 눈보라를 싫다고 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때로는 싫다고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예쁘게 보이고 못하는 학생도 밉게 보인다고 한다. 변덕스러운 것이 사람의 마음!

오늘 한참 동안 영어 쪽지시험 만점을 받은 학생의 얼굴에 띤 미소를 생각하며 퇴근을 하니 추운 날인데도 덥다. 여름 태양처럼 마음이 뜨거워 진다. 아니 달아오른다. 오늘 추위도 이미 녹여 버렸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도 오늘 유난히 듣기 좋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교사가 꼭 영재를 가르치는 것만 행복이 아니고 둔재를 가르치는 것도 행복하다”는 그 선생님의 말을 되새겨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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