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연구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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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연구원의 전쟁

  • 승인 2004-11-30 00:00
  •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연구실장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요즘 우리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용어중 하나가 테러와의 ‘전쟁’이다. 9·11 테러로 촉발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이라크 침공은 이미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자신들의 ‘전쟁’을 치열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비록 테러와의 전쟁은 아닐지라도, 현대사회는 저마다의 전쟁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치인은 국회에서, 기업인은 시장에서 각각 생사를 건 모험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사회는 발전하는 것일 것이다.

연구개발의 현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해상도 1m 급의 지구관측 위성을 개발 중에 있다. 이 사업의 핵심기술은 1m급 고해상도 카메라 개발에 있다. 해상도 1m급이라 함은 가로 세로 1m 크기의 물체를 지상 680km 상공에서 식별해 낼 수 있는 초고성능 카메라기술로 도로상의 자동차까지도 구별해 낼 수 있다. 1m 급 지구관측 위성은 세계적으로도 미국, 러시아 등 극소수 선진국만이 개발에 성공해 운용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작년에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기술인만큼, 기술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 기술은 최첨단 전략기술인 관계로 해외로부터의 부품이나 기술도입 역시 많은 제약이 있다. 일례로 광학카메라의 소재인 최신 복합 재료에 대한 수출 허가를 미국으로부터 획득하지 못하여 재료 공급처를 변경해야 하기도 했다.

연구원에서는 10명의 연구원을 3~4년씩 이스라엘에 장기 파견하여 엘롭사의 엔지니어와 설계·제작·시험·조립에 공동으로 참여하여 카메라를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하였으며, 영상과 영하 100여도를 오르내리는 우주 환경 속에서도 완벽한 성능을 입증해야 하는 열진공 시험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극복하여 이제 개발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는 눈물겨운 사연도 많이 있다. 개발기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 충돌이 재개되어 폭탄 테러 등의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프랑스 등의 유럽국들은 물론 일본등도 현지 상사 직원 및 유학생들이 철수하고 출장도 금지하는 상황이었으나 우리 연구원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비상 대피 계획과 방독면까지 준비해 가며 묵묵히 개발을 수행하였다. 이 중에는 결혼을 앞둔 젊은 연구원도 있었으나, 사업 차질을 우려해 예정되어 있던 결혼날짜까지도 미루어 가며, 개발 완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행히, 동 카메라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한국으로의 인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양도되는 카메라는 인공위성 본체와의 최종조립과 시험을 거쳐 내년 연말에 지구저궤도로 발사하게 된다.

연구원들에게는 국책연구개발사업이 바로 자신의 전장터이다. 연구원들은 연구개발의 전장터를 결코 떠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 생명의 위협은 물론, 개인의 중대사도 뒤로 물리며, 국가적 중대사인 국책연구개발 과제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 연구원들이야 말로 내일의 선진 한국을 준비하는 진정한 애국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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