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사생아’ 홍위병 자기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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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사생아’ 홍위병 자기고백

●홍위병, 잘못 태어난 마오쩌둥의 아이들-션판 저/황소자리

  • 승인 2004-11-27 00:00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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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혁명과 홍위병은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중국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응어리진 채 시퍼렇게 살아있다. 그들은 시대의 사생아였다.

극좌적 오류의 산물이라는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일부는 중국을 이끌어가는 중추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잘못 태어난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홍위병 출신으로 현재 미국 미네소타의 로체스터 커뮤니티 기술대학 영어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션판(沈汎·50)의 ‘홍위병’은 중국 문화대혁명 안팎에 웅크리고 있는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홍위병의 자기 고백이다.

베이징에서 혁명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열두 살의 나이에 문화혁명을 맞아 `’만리장성 투쟁조’라는 홍위병 조직을 만들고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신이 나서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저자가 걸었던 길은 대다수 홍위병이 겪어야 했던 고난의 여정이었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어딘지도 모를 시골 마을로 하방된 소년은 너무도 많은 세상 풍파를 겪는다.

홍위병 활동을 하며 보았던 수많은 죽음들, 식당에 앉아 바로 오늘 아침까지도 같이 밥을 먹었던 친구의 장례식, 수영장 아래서 발견된 동지의 주검 등 혁명은 디너 파티도, 아름다운 그림도 우아한 자수도 아니었다.

막막하고 적막한 세월, 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홍위병 시절 자신이 불태워버린 고전에서 위안을 찾는다.

절망속에 허덕이던 그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1978년 6년 동안 꿈꿔왔던 국가 대학입학시험에 합격해 란저우(蘭州)대학 외국어 학부에 입학해 우여곡절 끝에 1982년 졸업했다. 그 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과 인적관계를 동원해 미국행 여권을 손에 쥐고 1984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 그는 중국출신 이민 1세대 미국인으로 비교적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책은 거대한 피의 역사를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며 풀어놓고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충격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며 호평을 받았고, 일부 대학의 추천 도서 목록에 올라 현재 강의실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상원 옮김. 440쪽. 1만8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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