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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니토베 이나조 저/생각의 나무
지난 10월까지 일본의 5000엔권 지폐 속 인물을 장식했던 교육자이자 국제연맹 초대 사무차장을 지낸 니토베 이나조가 일본의 정신을 서구사회에 소개할 목적으로 영어로 썼던 ‘사무라이’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라스트 사무라이’를 찍은 톰 크루즈가 촬영현장에서 수시로 보면서 사무라이 정신을 배웠다고 할 정도로 1899년 첫 출간 이후 서구사회에서 ‘신비롭고 매혹적인 나라 일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일본 근대의 대표 저작물.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 서구인의 눈에 비친 일본인론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훨씬 앞서 일본 지식인이 직접 들려주는 일본인론으로서 벚꽃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고유의 정신인 무사도를 체계화한 책이다.
“조선인들은 여성처럼 나약하며 그 나라는 어차피 죽어가는 나라일 뿐 조선의 아픔을 완화하지 못하면 우리는 이 나라에 대해 어떠한 우월감도 주장할 권한이 없다”며 조선 식민화의 당위성을 역설한 바 있는 저자이지만 그 시대 가장 일본인다운 저자 였기에 이 책역시 일본인과 일본적인 것을 이해하는 교과서다.
이 책에서 무사도는 일본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저자는 일본 봉건시대 무사들의 정신세계라고 할 수 있는 무사도의 덕목 체계와 무사도의 생성, 소멸 과정을 유럽의 역사와 문화, 종교, 사상 등 해박한 지식을 통해 상세히 비교, 분석해 소개하고 있다.
이를 테면 무사도에서 극기의 극치로 꼽는, 복부를 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할복에 대해 그는 소크라테스와 셰익스피어 등을 끌어들여 할복이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기괴한 풍습이 아니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인류 보편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군과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을 가장 거룩하게 여기는 사무라이 정신을 칭송하는 지점에서 일체의 개인을 무시하고, 국가나 전체 조직의 대의에 우선 가치를 두는 일본 군국주의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양경미·권만규 역. 200쪽.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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