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교육문화부장 |
수능시험 부정행위와 관련해 정부는 발 빠르게 종합대책 마련에 들어가 이 같은 부정행위 차단방안을 거론하며 ‘시대변화에 걸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들먹였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을 지켜보면서 나오는 것은 한숨 뿐이다.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대박’을 터뜨려보겠다는 간 큰 애들과 교육제도의 모순점은 접어둔 채 부정행위를 막아보겠다고 금속탐지기까지 설치하려는 정책당국의 모습이 21세기 한국호의 자화상이니 말이다.
과거에도 시험과 관련된 부정행위는 분명 있었다. 과거의 커닝이란 앞에 앉은 모범생의 옆구리나 쿡쿡 찔러 자신이 모르는 답안 몇 가지씩 알아내는 수준 아니었던가. 조금 더 심하다면 답안이 적힌 페이퍼가 오가는 정도였다.
그 같은 상황 속에서도 지나칠 정도의 부정 행위자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간주하는 도덕적인 기준점이 엄연히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기준점에 따라 퇴실이나 자격 박탈 등 처벌행위가 뒤따랐다는 점이다.
도덕성이 살아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 휴대폰 커닝을 접하면서 놀라운 것은 부정행위가 집단적으로 자행됐다는 점과 해당학교 교사들 대다수가 부정행위를 사전에 인지했으면서도 그저 발각되지 않기 만을 고대했다는 점이다. 도덕적 양심을 배워야 될 학생이나 가르치고 실천해야 될 교사 모두가 이를 상실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한국교육의 미래가 더더욱 암울할 뿐이다.
교육당국은 지난 1955년 제 1차 교육과정을 제정한 이후 7차에 걸쳐 교육과정을 제정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제 7차 교육과정의 경우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내용을 교육함은 물론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기초 기본 교육에 충실함을 목표로 한다’는 것.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환경 아래서 이 같은 교육과정이 제대로 정착 할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교육당국은 이 같은 교육과정 실천에 앞서 현실적 대안책이 요구되는 수학능력시험의 대대적인 보완연구를 공론화해야 할 것이다. 변별력 없는 수학능력시험 만을 고집하는 구태의연한 태도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적인 입시제도도 인정할 시점이 온듯하다.
미래의 인재를 뽑는 시험을 치르면서 수능 부정을 우려해 테러범을 차단하는 듯한 장비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모습은 분명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잡은 모습일 뿐이다. 대학의 서열화 및 학생들의 하향평준화, 한탕주의로까지 빠져든 대학입시 등에서 벗어나 도덕적 기준점을 되살리는 한편 21세기 세계화, 정보화에 걸맞는 인재양성을 위한 올바른 교육 방향은 과연 어떤 것일까. 사회 구성원 모두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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