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근본부터 바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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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근본부터 바로 잡자

  • 승인 2004-11-24 00:00
  • 이정자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이정자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대입 수능시험 ‘휴대폰 커닝’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고등학생들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며 부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부정행위 자체에 대해 거의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수능시험 부정행위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체가 드러난 이상 유야무야 지나가서는 안 된다. 폭넓게 수사를 확대하여 한 점 의혹 없이 부정을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처럼 조직적인 부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휴대폰 커닝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그것은 우리 나라 학교의 커닝 풍토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 일선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커닝의 풍토가 관습화 돼버렸다. 중학교에서 커닝하던 습관이 고등학교에서 없어질리 만무하다. 그러나 그 커닝에 대한 처벌 기준이 매우 미약하다.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 커닝을 의도적으로 봐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그러니 휴대폰 커닝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학에서도 시험기간만 되면 커닝과의 전쟁이 일어난다. 깨끗하던 책상과 벽이 검게 물든다. 그리고 기기묘묘한 방법이 다 동원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처벌은 해당 과목에 대한 영점 처리에 그친다. 가끔은 봐주기도 한다. 한국인 특유의 인정 때문이다.

난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온 동료 교수로부터 부끄러운 얘기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커닝에 대한 처벌이 아주 엄격하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커닝을 하다 들킨 학생은 중징계를 받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커닝에 대한 엄두를 내지 도 못한다. 그러나 한국의 유학생이 커닝을 할 경우 한 두 번은 봐준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는 커닝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을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속담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하던 커닝 습관이 외국에서도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커닝은 남의 것을 훔치는 절도죄에 해당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 큰 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닝이 큰 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오랜 동안 관습적으로 행해져 왔기 때문이다. 커닝은 학생들의 인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기회주의적인 습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인이 돼서도 대인관계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때문에 그것을 근절시키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다. 이제부터는 초등학교 때부터 커닝을 금지시켜야 한다. 초등학교 때 커닝의 습관이 들면 상급 학교에 가도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커닝에 대한 처벌을 강화시켜야 한다. 커닝에 대한 인정을 베푸는 것이 반드시 미덕은 아니다.

지금 전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다시는 지금과 같은 부정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 근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학부모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커닝을 위해 휴대폰을 사고 돈이 오가는데도 학부모가 몰랐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우리 학생들의 인성은 아직도 건전하다.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과 같은 휴대폰 커닝 사건은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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