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특수학급 아이들 6명은 매주 월요일마다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기 전에 동그랗게 둘러 앉아,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하여 내 이야기부터 꺼낸다. 내 이야기가 시작된 지 2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아이들은 서로 자기들 이야기를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우리 반의 귀염둥이 ‘정순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선생님. 어제 우리 엄마가요, 이 옷도 사주고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줬어요”하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와 사는 정순이는 엄마가 다녀간 다음 날은 새 옷에 예쁜 머리띠도 하고 생글거리며 교실에 나타난다. 그럴 때면 “우리 정순이, 오늘 너무 예쁘다.
선생님이 사진 찍어 줘야겠네?” 하며 사진을 찍어주면 하루 종일 싱글벙글거린다. 하루는 새로 구입한 치마를 입고 수업을 하는데, 갑자기 정순이가 앞으로 나와 내 치마를 만지작거리더니 “옷 새로 샀네, 샀어? 예쁘다”며 칭찬(?)해 준다. 내가 했던 것처럼.
활발한 ‘대식이.’
“나는 왜 매일 한 시간만 하고 가야 돼? 더 있다가 가면 안 돼?”하며 나에게 반말을 한다. “담임 선생님께서 교실에서 기다리시니까 오늘은 가고, 내일 또 오세요”라고 일부러 높임말을 써 주면 “네, 알았어요”하며 아쉬운 표정으로 교실 문을 나간다. 높임말을 사용할 때마다 착하다고 칭찬해 주고 매번 높임말로 대화에 응해 주니 지금은 제법 말투가 공손해지고 반말을 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씩씩한 ‘경수.’
2의단 곱셈구구를 잘 외운다며 “최고다!”라고 칭찬했더니 놀이 활동을 하면서도 구구단을 중얼거린다. 다른 아이들과 구구단 외우기 시합하자고 말을 건네기도 한다. 여름방학 내내 구구단만 외웠는지 개학하자마자 경수가 소리쳤다. “선생님, 지금 구구단 시험 봐요.” 그렇게 해 보라는 내 대답이 채 끝나기 전에 9단까지 줄줄 외웠다. 아주
자랑스럽게.
일반 아이들도 그렇지만 특수학급 아이들에게 칭찬만큼 좋은 보약은 없는 듯 하다. 감수성이 더 예민하고 세상물정 모르기에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작은 칭찬 한 마디에 천사도 되고, 용감한 장군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출근하는 승용차 안에서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보약을 준비할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