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전은 유사 이래 가장 높은 문화 인프라가 조성돼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대덕연구단지의 역사는 대전의 문화수준을 뚜렷하게 격상시켰습니다. 게다가 대전·충남지역에서 1년에 배출되는 미술 디자인계열 학과 졸업생이 700여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 같은 문화 인프라는 자연히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기반을 요구하게 되며, 그것은 다시 행정기관이나 민간에 의해 결과물로서 나타납니다. 대전에 예술의 전당이 문을 열고부터 음악 팬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대전공연을 했습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시장의 역할도 컸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대전공연을 관람할만한 관중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전시 중구 중촌동 한 건물에는 20여 예술인들이 모여 나름대로의 예술인촌을 형성하고 오래 전부터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화와 서양화를 전공한 노화가들이 왕성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고령의 알려진 사진작가가 연구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리의 언덕마을 몽마르트르가 연상되는 거리입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틀어 만들어진 몽마르트르. 청년시절 피카소가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린 곳도 바로 이런 동네였습니다. 대전에서 멀지 않은 대청호 주변에도 몇몇 유명 화가들이 작업실을 가지고 있으며 대전과 공주 사이에는 개인 미술관을 열고 있는 중견작가도 있습니다. 이들 예술인들이 가지고 있는 아쉬움은 자신의 작품과 소비자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장(場)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술인들과 소비자들을 한데 묶을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이들 예술인구들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줄 수는 없을까. 차제에 구도심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대전의 인사동거리’만들기를 제창해 봅니다. 기왕에 있던 건물들을 전시장으로 꾸미기 위한 보조금을 주고, 각종 세제의 면제 또는 감면을 통해 이를 활성 해 나간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대전시는 대전문화의 일류화를 위한 각종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국 단위의 예술행사를 개최하거나 유치하는 계획을 비롯 문화예술인 지원의 다양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류화나 다양화보다는 대중과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예술인들에게 그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역시 너무 비싸지 않은 작품을 보통 시민들도 손에 넣을 수 있는 장(場), 그것이 아쉽습니다. 미술작품의 값도 지금보다는 좀 저렴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술작품을 선호하는 보통시민들은 작품들이 너무 비싸 손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값을 올리면 올릴수록 대중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대전에 인사동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웬만한 작품전시회 한번에 수 백 만원의 전시비용이 들어가는 작금의 고비용 전시는 대전시민을 수준 높은 문화시민으로 격상시키는 데 부적절합니다. 전시장 빌리는 비용도 지금보다는 훨씬 저렴하여 가난한 예술인들도 언제나 자신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대전의 몽마르트르 거리.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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