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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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 승인 2004-11-20 00:00
  • 홍광철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홍광철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신부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답해 죽겠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윗집에 젊은 부부가 새로 이사를 왔는데 아이들이 너무 쿵쿵 거려서 살 수가 없습니다. 참다 참다 너무도 쿵쿵거려서 조용히 좀 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더니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라구요. 애들이 좀 뛸 수도 있지 않느냐고…, 성당 다니신다면서 그 정도도 못 참아 주냐고…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더군요.”
“….”

“그런데 고민입니다. 애들이 뛰어 노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또 그 사람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신앙생활 한다는 것이 어디 말이나 됩니까? 예수님께서는 이웃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는데, 한 편으로는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도 되지만, 아직도 제가 부족해서인지 이웃을 배려할 줄 모르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제 몸이 괴로우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고….”
“….”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어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입니까?”(마태오복음 22,36). 이렇게 질문을 한 사람은 예수님께 궁금한 것을 물어본 것이 아니라 “나도 못 푸는 문제인데 당신이 어찌 알겠어?”하는 마음으로 물어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주 명쾌하게 답을 해 주십니다. 사랑이라고…,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제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계명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 몸소 사랑이 무엇인지를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사랑! 쉽게 말하고 어렵게 실천하는 것. 아니 최선을 다해서 실천하고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것. 더 나아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 같습니다. 사실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이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내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만이 이웃은 아닙니다. 나에게 관심 없고, 더 나아가 피해를 주는 사람도 나의 이웃입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서운하게 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 안에 뭔가가 있어야 만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참다운 신앙생활을 통해서 쌓여지는 것 같습니다. 젖을 먹는 어린 아이가 딱딱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신앙인들도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평생을 두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참아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기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어쩌면 그 이웃은 나를 성숙시키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쯤은 꼭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 주기 위해 오늘도 어느 누군가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자주 자주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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